두산 승부처엔 ‘고제트’가 뜬다

입력 2014-04-10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고영민이 긴 침묵을 깨고, 올 시즌 팀의 히든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matsri21

송일수감독 승부처마다 ‘고영민 카드’ 신뢰
“주전 욕심 버리고 기회 왔을때 해결하겠다”


‘히든카드’,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숨겨둔 비장의 수(數)다. 2014시즌 두산의 히든카드는 고영민(30)이다. 그는 올 시즌 주전이 아니다. 대타나 대수비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 개막 후 6경기에 출장하고도 10타수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방망이를 휘두를 때마다 영양가가 높았다. 그야말로 알토란같은 활약이다.

고영민은 8일 잠실 SK전 1-1로 맞선 8회, 민병헌의 3루타로 만들어진 1사 3루 찬스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다음 타자는 시즌 초반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오재원(29)이었지만, 두산 송일수 감독은 과감히 그를 빼고 ‘고영민 카드’를 내밀었다. 시즌 구상을 하며 찬스에 강하고 경험이 풍부한 고영민을 ‘승부 카드’로 내정하고, 중요한 상황마다 적절히 활용한다는 게 송 감독의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송 감독의 믿음에 제자는 최고의 타격으로 보답했다. 고영민은 진해수의 초구를 침착하게 받아쳐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냈다. 개인 욕심을 부리기보다 상황에 맞는 타격으로 결승점을 뽑아낸 것이다.

이뿐 아니다. 그는 5일 잠실 KIA전에서도 대타로 나서 2타수 2안타를 휘두르더니, 다음날에는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타점(1점)을 올리며 팀의 3연패 탈출에 한 몫을 했다. 비록 주어진 타석은 적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한껏 뽐내고 있다.

고영민은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주전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여기가 내 자리다”며 “앞으로 내 역할이 뭔지 알고 있고,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타든, 대수비든, 대주자든, 그라운드에 나가면 어떻게 쳐야할지, 뛰어야할지, 수비해야 할지를 분석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열정도 넘친다. 그는 8일 덕아웃에서 상대투수의 투구타이밍에 맞춰 연신 스윙을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송 감독도 “경험이 많고, 하려는 의지가 강해 오재원 대신 고영민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부상과 부진 등으로 오랜 시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했던 그가 조금씩 밝은 빛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