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개막전 1위→53위…천당과 지옥 오간 문경준

입력 2014-04-2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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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준. 사진제공­|KGT

프로 데뷔 8년 만에 첫 우승 ‘절호의 기회’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다” 다음 대회 기약


2014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막을 올렸다. 18일 열린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는 첫날부터 무명들의 돌풍이 거셌다. 투어 8년 차 문경준(32·사진)도 그 중 한 명. 그는 1라운드 단독 선두를 달렸다. 우승이 없는 그에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2라운드에서 4위로 내려앉았고, 3라운드에서는 공동 35위, 그리고 마지막 날 받아든 성적표는 공동 53위였다. 문경준은 “마음이 앞섰고 만만하게 봤던 것 같다. 골프라는 게 그런 것 같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그는 골프 경력이 짧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 선수를 했다. 경기대학교 체육대학에 입학해 교수를 꿈꿨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교양과목으로 골프를 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의 운명도 바뀌었다. “골프를 처음 접한 순간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당시 학교에는 골프관련 학과가 따로 없어 골프선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골프학과의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골프란 참 묘했다. 하면 할수록 푹 빠지게 만들었다. 문경준의 생각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골프를 배울수록 흥미를 느끼게 됐다. 또 생각보다 실력이 빨리 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골프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프로 자격을 땄다. 2004년 프로 입문의 첫 단계인 세미프로(준회원)에 합격했고, 다시 2년 뒤 프로(정회원)가 됐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투어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첫해 상금랭킹 60위를 기록했고, 2008년 28위, 2009년 52위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2009년 투어 활동을 끝으로 군에 입대한 그는 2012년 복귀 후에도 상금랭킹 51위를 유지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겨울엔 태국에서 열린 윈터투어에서 좋은 성적도 냈다.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3차 대회 공동 4위, 4차 대회 3위 등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의 노력과 빠른 성장에 동료들도 인정하고 있다. ‘머지않아 우승할 것 같은 선수’로 주저 없이 문경준을 꼽고 있다.

문경준에게 이번 대회는 많은 의미를 남겼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오직 ‘땀’ 만이 우승트로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우승은 놓쳤지만 많은 것을 깨닫게 된 경기였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문경준은 대회가 끝난 다음날 경기도 용인의 집에서 포천까지 이동해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니 허무했다. 중요한 건 노력뿐이다. 다음 대회까지 더 많은 땀을 흘리겠다”며 다시 클럽을 잡았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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