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송일수 감독이 모자를 벗어 선수들에게 인사하는 특유의 제스처로 선수단에 기운을 북돋고 있다. 송 감독(왼쪽)이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친 홍성흔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가끔 선수단 분위기가 처져있으면 모자를 벗으세요. 그리고 숱이 없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밝게 하자’고 하시죠. 그럼 벤치에서 웃음이 터져요.”
두산 송일수 감독의 통역을 맡고 있는 황인권 씨의 증언이다. 송 감독은 재일교포 출신이다. 한국어를 웬만큼 알아듣지만 혹 메시지 전달이 잘못될까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 그럼에도 선수들에게 기운을 북돋워주고 싶으면 주저 없이 행동에 옮긴다. ‘송 감독표 제스처’도 그것의 일종이다.
송 감독은 19일 잠실 롯데전에서 김현수가 5회 3점홈런을 터트리자 자신도 모르게 두 팔을 번쩍 들었다. 홍성흔에 이어 김현수까지 중심타자의 한 방에 ‘송 감독표 제스처’가 저절로 나온 것이다. 홍성흔이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을 때도 송 감독은 덕아웃에서 모자를 벗어 선수에게 인사를 했다. 송 감독은 “홍성흔은 좋은 선수이자 주장이다. 개인 성적이 좋든, 나쁘든 벤치를 항상 밝게 만든다”며 “겉으로는 밝은 척 했지만 내심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다. 홈런을 친 뒤 홍성흔이 덕아웃으로 돌아와서 나에게 정중히 인사를 해서 나 역시 고개를 숙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평소 말수가 많지 않은 송 감독이 덕아웃에서 감정을 아낌없이 드러낸 것은 선수 개인뿐 아니라 팀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송 감독은 “(홍)성흔이나 (김)현수가 살아나야 팀 분위기가 살아난다”며 “현수도 홈런 한 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조금씩 살아날 것이다”고 기뻐했다.
사실 중심타자 부진에 가장 속이 탄 것은 감독이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조금 안 된다고 주전선수를 뺐다가 넣었다가 하면 완전히 무너진다”며 꾸준히 출장시켰지만, 팀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는 건 막을 수 없었다. 감독이 직접 나서 선수들을 즐겁게 할 만큼 벤치 분위기에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100마디 말보다 행동 하나가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수 홈런 후 나도 모르게 제스처가 나왔다”는 송 감독의 얼굴에는 기쁨의 미소가 번졌다.
홍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