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조계현 대행체제 딜레마

입력 2014-04-2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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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 이후 반전을 이룰 수 있을까. LG는 당분간 조계현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운영할 방침이지만, 아직 100경기 이상 남아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대행체제가 오래 지속되는 것도 딜레마다. LG 선수들이 24일 대구 LG전에서 3회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오지환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아직도 109경기 남았는데…감독 승격? 새 감독?

선수들 갈등 해소…반짝 반등 효과 기대
대행이 의욕 앞서 팀 케미스트리 깰 수도
“새 감독 뽑아 반전 동력 삼아야” 주장도


프로야구 개막이후 불과 17경기만 치른 시점에서 LG 김기태 감독이 23일 전격 사퇴했다. LG는 감독 공석 상태로 치렀던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또 졌다. 24일까지 19경기를 소화한 LG에게는 아직도 109경기가 더 남아있다. 삶이 그렇듯 어쨌든 야구는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감독 공백이 드리울 불확실성이 LG를 덮치고 있다.

야구에선 ‘나폴레옹 5명보다 평범한 1명이 감독을 맡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지휘체계는 일원화돼야 한다는 뜻이다. 비상시국에서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 것은 수순이다. 그러나 조 대행 체제로 계속 갈지, 조 대행에게 대행의 꼬리표를 떼고 감독직을 안길지, 새 감독을 임명할지, 그것도 아니면 사퇴 카드를 던진 김기태 감독의 바지가랑이라도 잡고 늘어져야할지, LG 프런트의 태도는 아직 모호하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 대행 체제는 지도부 혼선을 단시간에, 비교적 출혈 없이 봉합할 수 있는 카드다. 프로야구 역사상 롯데 강병철(1983년 대행, 1984년 감독으로 우승), 한화 이희수(1998년 대행, 1999년 감독으로 우승) LG 천보성(1996년 대행, 1997·1998년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진출), 롯데 김명성(1998년 대행, 1999년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진출) LG 김성근(2001년 대행, 2002년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진출) 등 대행 체제가 성공리에 안착한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러나 감독대행 당해 시즌에 반등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이미 ‘무너진’ 팀을 물려받은 한계가 엄연했다. 다만 감독대행 체제가 가동되면 의외로 승률은 괜찮았다. 2006년 LG 감독대행을 경험했던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감독대행 체제가 되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이 알아서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즉, 전임감독과 안 맞았던 부분이 자연스레 해소되고, 단합효과가 발생하면서 일시적 반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감독대행이 ‘대행’ 꼬리표를 떼려고 의욕을 부리면 또다시 팀 케미스트리가 깨질 수 있다고 양 전 감독은 경계했다. 게다가 LG의 경우, 김 감독의 권력분할 리더십이 고참선수들의 지지를 얻고 있었기에 대행체제가 발생시키는 ‘반짝 효과’를 누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LG 사정에 정통한 한 야구인은 “지금 LG는 감독대행이 아니라 새 감독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김기태 사퇴 프레임’에 머물러 있어봤자 사태가 더욱 꼬일 뿐이라는 진단이다. 아직도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지금 LG에 필요한 것은 팀 리빌딩이 아니라 반전 동력이다.

목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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