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KIA…그곳엔 ‘팀’이 없다

입력 2014-05-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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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이 본 KIA의 치명적 약점

이범호 공던지다 부상 자기관리 실패
50억짜리 김주찬 또 초반 레이스 이탈
꼴찌 후보 조롱에도 포기…근성 실종


승부의 세계에선 미움 받는 것보다 조롱 받는 것이 훨씬 더 모욕적이다. 과거가 영광스러울수록 그 몰락은 더욱 처량하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전통을 물려받은 KIA가, 그것도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레전드 투수이자 당대의 투수조련사로 칭송받는 선동열 감독을 모셔다놓고, 최신식구장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보여주고 있는 ‘민망한’ 경기력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KIA가 투자를 안 하는 구단도 아닌데 말이다.

KIA의 ‘참담함’은 29일 현재 단지 팀 방어율(5.49)과 팀 출루율(0.330), 팀 홈런(14홈런) 꼴찌란 데이터로 설명될 일이 아니다. 숫자야 사이클이 있는 법이고, 이런 숫자가 떨어져도 팀이 이기면 될 일이다. 실제 KIA보다 아래에 두 팀(한화, LG)이나 있다. 그러나 많은 야구인들은 “장기적으로 KIA가 이 두 팀보다 더 위험하다”는 우려를 표시한다. ‘선수층이 얇아서’란 핑계는 명쾌한 답변이 되지 않는다. 부상은 어느 팀이나 일상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숫자로 찍히지 않는 KIA의 ‘환부’를 익명의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들어봤다.


● “해줘야 할 선수들이 안 움직인다”

핵심타자이자 주전 3루수인 이범호는 19일 SK전에서 송구하다 옆구리 통증이 생겼다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언제 올라올지 알 길이 없다. 야구선수가 공을 던지다 엔트리까지 빠질 정도로 아픈 이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한 야구인은 “이것은 자기관리 실패다. 비싼 몸값을 안겨준 구단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야구인은 “시즌 전부터 KIA를 다 약팀으로 꼽지 않았나? 그럴 때일수록 주장인 이범호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이범호부터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2012시즌 후 4년 총액 50억원을 받고, 프리에이전트(FA) 영입된 외야수 김주찬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또 초반 레이스에서 이탈한 상태다. 지난 시즌이야 투수 공에 손목을 맞는 불가항력적 불운이 작용했으나 올 시즌 또 오른발 족저근막염으로 16일부터 엔트리를 비우고 있다. 김주찬은 복귀가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한다지만 왜 유독 KIA만 고액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자리를 자주 비우는 것일까.


● “선수들이 먼저 포기하는 것 같다”

한 야구인은 이런 말을 한다. “KIA란 팀은 묘하다. 대개 다른 팀에선 꼴찌후보라고 하면 오기가 생기고, 팀끼리 뭉치는데 KIA는 그런 평판을 그냥 받아들인다. 지레 포기를 해버리는 것이다.”

KIA는 29일 비를 뚫고 야구장을 찾아준 5161명의 광주 홈팬 앞에서 5-18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박경태가 1아웃을 잡는 동안 6점을 내주는 등 5회초 1이닝에만 11점을 줬다. 오심 탓이라고 떠넘기기엔 민망하다. KIA는 11일 광주 롯데전에서도 8-20으로 졌다. 17일 문학 SK전도 0-11로 패했다.

그나마 이 팀이 버티고 있는 것은 양현종과 DJ 홀튼 두 명의 헌신적 선발의 힘 덕분이다. 그러나 어떤 반전동력이 안 보인다. 기존 선수들을 긴장시킬만한 실력을 백업이나 신진급에서 못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팀 모두가 죽는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 KIA 선수들은 ‘팀’이라는 가치로 돌아가야 된다”는 한 야구인의 평범한 충고를 되새겨야 할 때다.

광주|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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