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을 숨긴 것일까, 아니면 실력을 발휘하지 못 한 것일까.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평가전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팀워크도 우왕좌왕…훈련기간 짧은탓?
축구대표팀이 28일 출정식을 겸해 치른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결과도, 내용도 좋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조직력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지만, 튀니지전에선 그런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베스트11에 가까운 멤버를 기용하고도 공수의 간격이 너무 벌어졌고,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지 않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 힘들었다.
● 숨겼나? 드러냈나?
홍명보 감독은 튀니지전을 앞두고 “굳이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을 모두 보여줄 필요는 없다”며 전력노출을 피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튀니지전에서 선수들의 등번호를 모두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경기감각이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면서 대표팀이 준비해온 전술을 숨기고 경기를 펼쳤을 가능성도 있다. 홍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수비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빌드-업’ 과정을 중시한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홍명보 사단 특유의 플레이가 자주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지 않지만, 이날 경기를 주목한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상대국들(벨기에·러시아·알제리)를 의식해 팀이 아닌 개인전술에 의존했을 수도 있다. 만약 튀니지에 밀려 준비한 전술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 가장 큰 문제는 핵심선수들의 컨디션 저하
전술적 부분을 떠나 현저히 떨어진 핵심선수들의 경기력은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 큰 고민거리가 됐다.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스완지시티), 한국영(가시와 레이솔), 윤석영(QPR) 등은 튀니지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그들 스스로 경기감각이나 컨디션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을 밝혔다. 또 전체 선수들이 모여 훈련한 시간이 짧은 탓인지 팀워크도 완전하지 않았고, 공격수들의 콤비플레이도 완성도가 떨어졌다. 이근호(상주)는 “아무리 좋은 전술을 갖고 있어도 우리가 스스로 준비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월드컵 본선에선 우리의 원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