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범슨의 퍼거슨 따라잡기] 독일의 조직력, 리더 없이 허둥대는 브라질 농락했다

입력 2014-07-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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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독일 공격수들 좋은 위치 동료에 골 양보
위치 바꿔가며 수비 유린…대승 원동력

브라질, 골 허용 후 중심 잡는 리더 없어
네이마르 의존 약점 노출…총체적 난국

남미대표(브라질)와 유럽대표(독일)의 2014브라질월드컵 빅매치는 시시한 경기가 됐다. 사실상 승부는 전반 11분에 갈렸다. 독일은 9일(한국시간)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벌어진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전반에만 5골을 뽑아내며 7-1로 이겼다. 전반 11분 독일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의 선제골이 터진 이후 브라질 수비는 완전히 붕괴됐다. 8강전까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약점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브라질은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 정확도 높은 ‘전차군단’의 화력

독일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가장 안정된 전력을 갖췄다. 공수 모두 흔들림이 없다. 그 비결은 미드필드에 있다. 토니 크로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이상 바이에른 뮌헨), 사미 케디라(레알 마드리드)로 구성된 미드필드는 공격과 수비 능력을 두루 갖췄다. 이들과 함께 최전방 공격수들이 이루어내는 조직력이 매우 좋다. 또 골에 집착하는 선수가 없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어시스트 패스를 해 골을 이끌어낸다. 브라질전에서 이러한 장점이 극대화돼 전반에만 5골을 몰아쳤다. 득점 루트가 다양한 독일의 공격은 무서울 정도였다.

독일 공격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또 하나 있다. 브라질전에선 미로슬라프 클로제(라치오)라는 확실한 원톱 스트라이커를 내세웠다. 클로제를 중심으로 다른 선수들이 좌우로 움직이며 찬스를 만들었다. 4강전 이전 경기를 보면 독일은 클로제 대신 마리오 괴체(바이에른 뮌헨)가 나오면 전방 공격수 3명이 수시로 위치를 바꿔 상대를 공략했다. 요아힘 뢰브 감독이 공격 카드를 다양하게 준비했다는 얘기다. 그 덕분에 독일은 홈팀 브라질을 완파했다. 독일은 에이스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독일을 만나는 팀은 수비적으로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독일이 지닌 힘이다.


●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한 브라질

부상을 입은 네이마르(FC바르셀로나)와 경고누적으로 4강전에 나서지 못한 주장 치아구 실바(파리 생제르맹) 얘기가 아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대표팀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 가운데 ‘리더 부재’, ‘네이마르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8강전까지 이런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전에선 브라질이 갖고 있던 불안요소가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독일 뮐러에게 첫 골을 허용한 이후 브라질 수비는 완전히 흔들렸다. 그라운드 안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당황한 선수들을 제어하지 못했다.

공격에선 프레드(플루미넨세)와 헐크(제니트) 등 득점원이 제 역할을 못했다. 또 독일전 막판에 한 골을 만회한 오스카(첼시)는 자신이 보유한 능력치가 ‘10’이라면 ‘5∼6’ 정도에 그쳤다. 네이마르가 뛰지 못해 브라질의 공격이 답답했던 게 아니라, 네이마르 외의 선수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완패했다. 과거 월드컵에서 우승할 때의 브라질은 핵심선수를 뒷받침하는 다른 선수들의 활약도 좋았다. 2002한일월드컵에선 에이스 호나우두 주변에 히바우두, 호나우지뉴, 카푸 등이 있었다. 브라질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할 만큼의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김학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정리|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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