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바이 미] ‘자유주의자’ 이민기를 붙잡은 10년지기 두터운 우정

입력 2014-07-16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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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이민기. 스포츠동아DB

■ 배우 이민기 & Go_od엔터 김병철대표

“나는 모델이나 연기자를 할 애가 아니에요!”

2004년. 스무 살 이민기(30)는 처음 온 서울 압구정동, 그 화려한 거리의 한 카페에서 김병철 대표(41·Go_od엔터테인먼트)를 만났다. 첫 대면이었지만 이민기는 ‘연예인 제의’를 단숨에 거절했다.

당시 김 대표는 더맨엔터테인먼트를 세우고 패션모델들을 연기자로 데뷔시키며 연예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던 참이었다. 그 시기 포털사이트에 개설됐던 회사 팬카페는 온통 여성 팬들의 글과 사진으로 도배되곤 했다. 남자로서 ‘거의 유일하게’ 사진을 게재한 팬이 경남 김해에 살고 있던 이민기였다.

“신기하고 특별한 눈빛이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사진 속 이민기에 대한 김 대표의 첫 인상이다. 그 전까지 서울 구경 한 번 못해본 이민기는 김 대표를 만나 ‘친구들이 장난삼아 올린 사진’이라며 제의를 거절했다. 김 대표는 여지를 주지 않았다. “지금 당장 같이 하자”고 밀어붙였다.

10년이 흐르는 동안 이민기와 김 대표는 한 번도 헤어지지 않았다. 신뢰도 중요하지만 공통의 관심사와 더불어 가치관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사실 이민기는 ‘자유주의자’에 가깝다. 해외여행도 국내여행도 대부분 배낭여행으로만 한다.
호텔 대신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로 묶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김 대표의 영향이다. “일 외에 사적인 영역은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과 “20대 때는 세상과 부딪혀 경험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10년간 공유해 온 덕분이다.

그래도 소속 배우의 ‘고생 여행’에는 걱정이 따른다. 2년전 이민기는 배낭을 둘러메고 제주도 일주를 떠났다. 여비도 넉넉히 챙기지 않고서였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김 대표는 제주로 좇아갔다. 호텔을 잡아 두고 이민기에게 휴식을 권했지만 이번에도 거절당했다.

“할 수 없이 저는 호텔에, 민기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렀다. 고생하며 여행해야 더 많은 걸 얻는다는 민기 앞에서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김 대표는 이민기의 선택을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지지자’에 가깝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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