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 “합의판정, 마땅히 리플레이 보고 항의해야 되는 것”
삼성 류중일 감독은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하려고 필드로 나왔다가 중계 화면의 리플레이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30초 제한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신청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적장이었던 김 감독은 25일 오히려 ‘류 감독의 합의판정 요청이 받아 들여졌어야 된다’고 밝혔다. 30초라는 시간 안에 당연히 리플레이가 나온다는 전제 하에서 감독들은 이 제도를 이해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TV 리플레이가 30초를 훌쩍 넘겨 나오게 되자 판정의 정확성을 위해 도입된 합의판정의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감독은 “30초 안에 판독 요청을 하려면 결국 감으로 판단하고 나가라는 얘기인데 그러면 이 제도의 취지가 뭔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오심을 해도 심판 책임은 쏙 들어가고, 그때 합의판정 요청을 못한 감독들의 책임만 커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24일 두산은 잠실 SK전에서 애매한 판정이 나왔을 때 심판합의판정 요청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0-7로 대패했는데 심판 오심보다 그때 합의판정 요청을 못한 벤치 책임론으로 화살이 돌아가는 꼴이다.
그렇다면 감독자회의에서는 왜 이런 문제점에 대해 미리 의사표명을 하지 않았을까. 김 감독은 “감독들 중에서 비디오판독을 반대한 분도 계셨다. 그러나 감독들의 뜻은 중요하지 않다. KBO 이사회에서 결정하면 감독들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감독들의 의견을 반영할 통로가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 “타고투저 현상은 KBO가 유도한 측면도 있다”
김 감독은 투수가 타자의 헬멧을 맞히면 자동퇴장을 명시한 규정에 대해서도 짚었다. “우리 팀이 두 번 맞히고, 한 번 맞았다”고 운을 뗀 김 감독은 “이 제도로 알게 모르게 투수들이 몸쪽 공을 던지기가 어려워졌다. 이것이 타고투저 현상을 유도한 한 가지 이유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헤드샷 퇴장이나 비디오 판독이나 한마디로 심판이 재량껏, 소신껏 판단하면 될 일을 규정으로 단순화해버려서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갈수록 심판들은 판정의 무거움에서 자유로워지고 있으나 그 무게는 고스란히 현장을 짓누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