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감독 “B레벨? 축구 통해 진짜 에너지를 느끼게 했다”

입력 2014-08-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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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축구대표팀 김판곤 감독은 축구 한류를 이끄는 주인공이다. 기술위원장과 각 연령별 대표팀 총감독까지 겸하고 있는 그는 홍콩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홍콩|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홍콩 축구대표팀 김판곤 감독을 만나다

2009 동아시안게임 우승·AFC컵 4강 지휘
동남아시아 축구의 한류 선봉장으로 우뚝
체계적인 축구발전 위해 정부지원 끌어내

“눈이 오는 날에는 치맥(치킨+맥주)이 그만이지….”

상반기 최고히트작 중 하나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여 주인공 전지현의 대사다. 이 한 마디에 중국과 홍콩 등지의 치킨이 동이 났다고 한다. 한류의 힘이다. 그런데 한류는 드라마와 영화 등 연예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음지에서 조용히, 묵묵히 한류 붐을 일으키는 이가 있다. 홍콩 축구국가대표팀 김판곤(45) 감독이다.

홍콩은 축구 강호가 아니다. 냉정히 말해 동남아에서도 B레벨에 가깝다. 하지만 꾸준하다. 홍콩은 2009년 동아시안게임(SEA) 금메달을 기점으로 성큼성큼 도약하고 있다. 홍콩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는 김 감독의 열성 어린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실이다. 스포츠동아는 홍콩 축구에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김 감독을 최근 현지에서 만났다.


● 홍콩 축구의 한류를 향해


-축구에 대한 홍콩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크다.

“홍콩 세미프로리그 사우스차이나와 홍콩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할 때 2009년 동아시안게임 우승을 했다. 이를 계기로 축구협회가 체계적이고 안정된 발전을 위해 외부 협력업체에 의뢰해 ‘피닉스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정부 차원에서 축구 발전에 필요한 인력 인건비를 제공하는 조건이자 2012년 초부터 3년 간 밀어주는 계획인데 1단계 프로젝트가 나름 성공적이었다. 올해 5년 연장이 이뤄졌다.”


-축구에 왜 갑자기 투자가 이뤄지는지.

“2010 동아시안컵 지역 예선에서 홍콩이 북한을 승부차기로 꺾고 본선에 올랐다. 이를 정부 고위 관료가 지켜봤다고 한다. 나중에 들었더니 ‘축구를 통한 진짜 에너지를 느꼈다’고 감동했다더라. 사실 피닉스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된 2012년이 두 번째로 홍콩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시점이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윗선에도 축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지휘봉이라고?

“대표팀은 두 번째다. 2008년 12월 계약한 사우스차이나를 이끈 2009시즌 우연히 대표팀 지휘봉도 함께 잡게 됐다. 그런데 소속 팀도, 대표팀도 성과가 잘 나왔다. 이후 잠시 한국에 갔다가 되돌아왔으니 연임 아닌, 연임을 하게 됐다.”

김 감독과 홍콩의 인연은 아주 우연히 시작됐다. A급 지도자 라이선스를 따고 현역 은퇴를 앞둔 2000년 7월 불러 레인저스의 플레잉 감독으로 부임했다. 성적도 좋았다. 정규리그 전반기 1위로 가능성을 봤다. 대우는 좋지 않았다. 월봉 1000달러(약 100만 원)를 받았다. 막막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았다. 꾸준히 노력했고, 어학 공부에도 열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과 의사 소통이 되자 진로도 다양해졌다. 홍콩의 명문 클럽 사우스차이나가 러브 콜을 보냈다.


● 난 복 받은 남자


-사우스차이나에서 인생이 바뀌었다.

“2009년이 대단했다. 팀에 오자마자 모든 대회를 평정했다. 리그도, 각종 컵 대회 정상을 밟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컵에서도 4강에 올랐고, 대표팀을 이끌고 동아시안게임까지 제패했으니 모두가 흥분했다. 지금도 생생하다.”


-K리그로 향했다가 다시 돌아갔는데.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K리그에서는 날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이 없었다. 부족함도 많이 느꼈다. 그런데 홍콩에서 또 불러줬다. 처음에는 청소년 총괄 감독을 맡기로 했는데 다시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김 감독의 선수 경력은 초라하다. 대표팀은 아예 하지도 못했고, K리그 레전드 출신도 아니다. 현실의 벽이 만만치 않았다. 무명이었다. 오기가 생겼다. 영어에 매달렸고, 어지간한 자격증도 다 땄다. 지도자부터 컴퓨터까지 모두 익숙해진 결과다.


-어떤 소망이 있는지.

“올해 6월부터 기술위원장을 겸하고 있고, 각 연령별 대표팀 총감독 역할까지 한다. 홍콩 인구가 700만 명이다. 풀뿌리 축구가 정말 잘 돼 있다. 하지만 처우는 좋지 않다. 홍콩에서 축구 선수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안다. 인식을 바꾸려 하고 있다. 선수가 부족해 지도자 교육과 유소년 육성의 맥이 금세 끊기곤 한다. 미국 대학 장학 프로그램 접목을 고려하고 있다. 학원축구 활성화도 모색한다. 또 한국의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처럼 대표팀 전문 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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