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 미션 끝낸 듯 홀가분했다”

입력 2014-08-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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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사진제공|KBS

이영표. 사진제공|KBS

■ 이영표 위원이 털어놓은 대표팀 은퇴 뒷이야기

2002년 4강실력 입증시켜…그때 은퇴 결심


한국이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많은 축구팬들은 이영표(37)와 박지성(33)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강호들과의 대결에서 심적으로 흔들렸던 선수들을 그라운드 안에서 잡아줄 리더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태극마크를 반납한 두 스타가 더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동아는 이영표 KBS 해설위원을 9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한국축구에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비슷한 나이 때의 나와 비교하면 그들이 더 낫다”고 평가한 이 위원은 대표팀 은퇴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 위원은 2008년부터 대표팀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부터 대표팀 은퇴를 머릿속에 그렸고, (2010)남아공월드컵을 마치고 은퇴할 계획도 가졌다”며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창문을 열고 밖을 보면서 ‘선수로는 더 이상 여기에 올 수 없다’고 생각하니 울컥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은퇴를 결심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은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이었다. 이 위원은 “2002년 월드컵 세대에게 마지막 미션 같은 게 있었다. 나는 해외에서 주로 생활했는데, 한국의 2002월드컵 4강 신화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너무 듣기 싫었다. 그래서 원정 월드컵에서 반드시 한 번은 16강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6)독일월드컵에서 실패해 무척 아쉬웠다.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던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16강 진출이 결정된 이후 눈물을 흘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말하지 않았지만, 2002년 월드컵을 뛴 세대에게 떨어진 명령이나 사명 같은 게 있었는데 2010년에 이뤘다. 그래서 2011년 아시안컵을 마치고 웃으면서 떠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은퇴를 결심한 뒤 누군가는 ‘대표팀 선수로 좀더 활약하면 한국선수 A매치 최다출전 기록을 수립할 수 있다. 기록에도 욕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만류했다. 아시안컵 도중에는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조광래 감독님이 직접 나서서 설득하셨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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