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피플] 이상문 작가 “베트남전 이야기는 나의 반성문”

입력 2014-08-14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학 재학중 입대해 베트남 전쟁에 지원했던 이상문 작가는 참전경험을 여러 편의 소설에 녹여냈다. 그는 자신의 창작을 ‘반성문을 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작가는 최근 새로운 반성문 ‘인간아 아, 인간아’를 펴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인간아 아, 인간아’ 저자 이상문

대학 재학 중 베트남전쟁 자원입대 경력

정직하지 못했던 전쟁…그래서 진거죠
종전 50년이 됐지만 아직도 할말은 많아
역사를 잊는다는 건 미래를 포기하는 것


“1974년 4월 30일. 그 전쟁은 완전히 끝났다. 적은 영영 사라져 버렸고, 패자만 남은 것이다. 우리가 패자가 됨으로써 모든 일이 분명해졌다. 더는 억지가 있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앞에 남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이상문(67) 작가는 자신의 장편소설 ‘인간아 아, 인간아(문예바다 간)’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아 아, 인간아’는 베트남 전쟁의 이야기다. 작가의 대표작 ‘황색인(1987)’은 베트남 전쟁의 실체를 정면에서 다룬 소설로 100만권이 팔려나간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등단작인 ‘탄흔(1983)’ 역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 군인이 외출을 나왔다가 한복을 입은 베트남 창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이상문 작가는 대학 재학 중 입대했다가 베트남 전쟁에 자원 참전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1971년에 파월되어 1년 10개월을 죽고 죽이는 전장에서 전투병으로 살았다. 1974년 4월 30일에 끝난 전쟁. 종전 40년, 발발 50년이 된 잊혀진 전쟁. 작가는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 놓고도 아직 할 말이 남았던 모양이다. ‘인간아 아, 인간아’는 그 ‘남은 말들’을 한 줄 한 줄 꾹꾹 펜으로 눌러 쓴 소설이다.


- 왜 또 다시 베트남 전쟁인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이 발발한 1964년은 6.25전쟁이 끝난 지 11년째 되던 해였다. 6.25의 상흔이 미처 치유되기 도 전에 전쟁터로 나갔다가 다시 상흔을 입고 돌아온 것이다. 역사를 잊는다는 것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 뼈아프게 진 전쟁이기에 더욱 덮고 싶은 역사일지 모른다.

“그렇다. 미국과 함께 싸운 6개국이 패배한 전쟁이다. 하지만 왜 졌을까를 생각해 봐야한다. 그것은 진실하지 못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평화와 자유수호. 명분은 있었다. 하지만 진실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돈 벌러 간 것이다. 그 나라의 독립전쟁을 방해하러 간 전쟁이다. 그것이 기본이다. 정당하지 못한 전쟁. 정직하지 못했던 전쟁. 그래서 진 것이다.”


- 모두가 기피하는 전쟁터에 자원 참전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 세상을 너무 낭만적으로 보았던 거지.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청계천 중고서점에서 책 한 권을 샀다.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였다. 내용도 모르고 그저 제목이 근사해 보여 샀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소설이었다. 전쟁을 이처럼 적나라하게 묘사한 글을 본 적이 없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와 같은 소설들이 낭만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소설을 쓰려면 나도 전쟁터로 가야겠구나’하고 처음 생각했다.”


- ‘탄흔’, ‘황색인’ 등 전쟁을 다룬 많은 작품을 썼다. 신작 ‘인간아 아, 인간아’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도 할 말이 남아 있다는 것인가.

“40년이나 지났기에 우리는 베트남 전쟁에서 받은 상처가 다 아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몰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남아있다. 더 큰 문제는 참전한 전우들이 서로 얼굴조차 보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떳떳하지 못한 일들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역사의 피해자들이다. 나라와 사회가 못 한다면 우리끼리라도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하지 않을까. 죽은 아내가 꿈에 나타나 모두를 화해시키고, 자신도 남편과 화해하며 끝나는 것이 이 소설이다.”


-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베트남 전쟁에 자원해 참전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한동안 침묵). 작가로서 반성문을 쓰는 것이다. 작가로서 증언하고, 반성문을 쓴 것이 나의 소설이다.”


● 이상문 작가는?

전남 나주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3년 단편 ‘탄흔’으로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황색인’, ‘계단없는 도시’, ‘이런 젠장맞을 일이’ 등 출간
대한민국문학상(1988), 윤동주문학상(1989), 동국문학상(1989), 한국PEN 문학상(2003) 등 수상
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