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2%의 가치…마무리는 과대포장?

입력 2014-08-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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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환 감독 덕분에 우리 프로야구에 본격적인 1이닝 마무리 투수 시대를 연 LG 김용수(왼쪽)와 프로야구 초창기 ‘2세이브=1승’이라는 세이브의 가치평가를 확인시킨 해태 선동열. 스포츠동아DB

■ ML 통계학적 분석으로 본 그들의 가치

9회 3점 리드 때 경기 이길 확률 97%
마무리투수 투입하면 승리 확률 99%
빌리 빈 단장 ‘승패 결정 투수’에 반기
국내선 이광환감독 ‘1이닝 세이브’ 도입

세이브(save). 1960년 시카고 트리뷴의 스포츠기자 제롬 홀츠먼이 고안한 야구기록의 새로운 분야다. 글자 그대로 팀의 승리를 구한다는 뜻이다. 일본은 오사에라는 표현을 쓴다. ‘막아낸다’는 의미가 강하다. 우리는 마무리라고 한다. ‘경기를 정리한다’는 뜻이 먼저다. 구하거나 막아내거나 정리하거나 표현은 달라도 소방수 없는 현대야구는 상상하기 어렵다. 메이저리그에서 세이브가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은 것은 1969년부터다. LA 다저스의 빌 싱어가 신시내티 레즈와의 개막전에서 기록했다. 이후 갈수록 중요성을 인정받았고 집단 마무리를 거쳐 소방수가 9회만 책임지는 불펜의 분업화로 발전했다.


● 2세이브를 1승으로 쳤던 우리 프로야구 초창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최우수구원투수 시상을 했다. 초대 수상자는 삼성 황규봉. 11세이브 8구원승의 기록이었다. 1983년에는 OB 황태환이 14세이브 6구원승으로 1위였다. 본격적인 구원투수는 1984년 OB 윤석환(25세이브 10구원승)이 처음이었다. 물론 나가면 3이닝 이상을 던지는 마무리였다.

이후 삼성 권영호, LG 김용수가 현대적 의미의 소방수 역할을 했다. 두 투수는 통산 100세이브 달성을 놓고 경쟁했다. 선동열은 ‘2세이브=1승’이라는 한국프로야구에서 통용되던 구원의 가치를 공식화 했다. 선동열은 1986년 24승 6패 6세이브 시즌방어율 0.99라는 성적을 올린 뒤 구단과 힘겨루기를 했다. 1986년 연봉 2400만원을 받았던 선동열은 25% 연봉인상 상한선 때문에 협상을 오래 끌었다. 우여곡절 끝에 임의탈퇴 직전까지 가면서 연봉이 6000만원으로 올랐다. 이때 해태가 내건 옵션이 있었다. ▲20승 이상을 할 경우 25% 인상 ▲20승 미만이면 삭감 ▲2세이브는 1승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LG 이광환 감독은 우리 프로야구에 1이닝 세이브 투수 개념을 도입했다. 메이저리그의 토니 라루사가 오클랜드 에이스(1986년∼1995년) 감독시절 데니스 엑커슬리를 1이닝만 던지는 소방수로 고정해 성공을 거둔 것이 최초였다. 이광한 감독은 이를 스타시스템으로 변경해 김용수를 정점으로 한 투수분업화 시대를 열었다. 쌍방울 김성근 감독은 벌떼 마운드라는 한국형 분업화로 허약한 팀 투수진의 효율성을 높였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선발보다 강한 질식불펜으로 연속우승의 신화를 썼다.


● 후반 승부처서 불펜 에이스 투입 vs 9회 마무리 투입, 어느 것이 효율적일까?

세이브 투수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세이브 숫자가 팀의 성공을 의미하는 시대다. 감독들은 선발투수보다 불펜을 어떻게 꾸리느냐가 시즌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세이버매트릭스(야구를 수학적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를 추구하는 빌리 빈 단장은 반기를 들었다. 구원투수의 효능에 의문을 가졌다. 구원투수가 만든 숫자가 투수의 진정한 능력을 평가하는지와 팀의 승리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느냐를 분석했다. 빌리 빈은 세이브 투수가 과대평가됐다고 믿었다. 세이버매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는 후반 승부처에 팀에서 가장 뛰어난 불펜 에이스를 투입하는 것이 9회 마무리 투입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9회 주자 없는 상황에서 소방수에게 한 이닝을 던지게 하는 것보다는, 7회 만루에서 소방수를 투입해 먼저 불을 끄는 것이 승리 확률을 더 높인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데이터에 따르면 9회 3점차 리드에서 경기를 이길 확률은 97%였다. 불펜 에이스를 투입하면 승리확률은 99%로 높아진다. 승리확률 2%를 올리기 위해 투입된 불펜 에이스의 효율성은 감독과 팀의 판단과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2014시즌 같은 조건을 대입했을 때 우리 프로야구는 277경기 가운데 5경기만 뒤집어졌다. 승률은 98%였다.

● 숫자에 가려진 구원투수의 능력, 세이브는 제대로 평가됐을까?

수많은 세이브 가운데 허수도 있다. 감독의 배려가 숫자를 부풀린 경우다.

1998년 현대 유니콘스 김재박 감독은 시즌 때 조 스트롱을 구원투수로 활용했다. 그해 스트롱은 53경기에 등판해 6승 5패 27세이브를 했지만 시즌 막판 불쇼를 연발했다. 마운드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타자를 상대하는데 유난히 버거워 했다. 결국 김재박 감독은 한국시리즈 때 구원부문 2위였던 스트롱을 한국시리즈 6경기 동안 단 한차례도 등판시키지 않았다. 당시를 기억하는 현대 관계자는 “믿지 못했기에 단기전에서 쓰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세이버매트릭스 방식으로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카스포인트에 따르면 요즘 2세이브는 1승에 훨씬 못 미친다. 카스포인트는 선발승 125점, 구원승 100점, 세이브 50점, 터프세이브 75점이다. 이닝 12점, 완봉 50점, 완투 25점, QS(퀄리티스타트) 10점 등 추가점도 있다. 세이브 보다는 선발승이 훨씬 점수를 많이 딸 수 있다. 물론 이 수치가 완전한지 아닌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야구가 어렵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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