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 이에리사 의원 “인천아시안게임 성공 여부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입력 2014-08-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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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내 의원실에서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의원은 한국에서 열리는 3번째 아시안게임인 2014년 인천대회에서 경기인 출신으로는 역대 최초로 선수촌장의 중책을 맡았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marine007

■ 이에리사 인천AG 선수촌장

2014인천아시안게임(9월 19일∼10월 4일)이 정확히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에는 북한을 포함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 45개국 모두가 참가해 명실상부한 45억 아시아인의 진정한 축제가 될 전망이다.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1만3000여명의 선수단은 올림픽 종목 28개를 비롯한 총 36개 종목에서 439개의 금메달을 놓고 실력을 겨룬다. 1986년 서울대회와 2002년 부산대회에 이어 3번째로 하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90개 이상을 수확해 ‘5회 연속 종합 2위’에 도전한다. 대한민국은 1998년 방콕대회에서 라이벌 일본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2위에 오른 뒤 4년 전 광저우대회까지 4회 연속 아시안게임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스포츠동아는 아시안게임 개막 30일을 앞두고 이에리사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장을 인터뷰하고, 양궁과 함께 구기 종목의 대회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좋은 시설 있어도 운영하는 사람 역할이 가장 중요
하나의 소홀함 때문에 좋지 못한 기억 남겨선 안돼
숙소 안전, 음식, 선수 위한 프로그램 등도 챙겨야
남북체육교류는 합동훈련 등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새누리당 이에리사(60) 의원은 6월 2014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장으로 선임됐다. 1986년 서울대회, 2002년 부산대회에 이어 국내서 3번째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에서 경기인 출신이 선수촌장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이 의원은 2005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태릉선수촌장으로 취임한 이후 또 한번 ‘최초’ 타이틀을 달게 됐다.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구기종목 사상 최초로 세계 정상에 오른 이 의원은 국가대표 감독, 용인대 교수, 태릉선수촌장 등을 거쳐 2012년 4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체육유공자법을 발의해 통과시키는 등 열정적인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원칙 있는 체육계 리더’로 꼽히는 이 의원으로부터 최근의 활동과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 운영, 체육계 현안에 대한 견해 등을 들었다.


-7월 남수단에서 스포츠외교를 펼치며 남수단올림픽위원회 출범의 산파 역할을 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3월 국회의원회관으로 남수단축구대표팀 임흥세 감독이 찾아왔다. 남수단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 IOC 회원국이 되려면 최소한 5개 종목 이상의 자국 체육단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2011년 독립한 남수단은 아직 여러 시설과 자금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통해 지원금을 마련했다. 7월 남수단올림픽위원회 창립행사에 국빈 초청을 받았고, 남수단 대통령으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남수단에는 이제 탁구, 복싱 등 5개 종목의 경기단체가 생겼다. 9월 중엔 IOC 회원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체육강국이다. 국제스포츠무대에서도 우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남수단은 대한민국의 1950년대와 비슷하다. 아무리 좋은 장비와 유능한 지도자를 보내줘도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아프리카에 작은 체육관을 짓는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 새로운 소임이 생겼다.”


-8월 8일부터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의 공식대표자 역할을 맡게 됐다. 선수촌장은 어떤 역할을 하나?

“첫 번째로는 45개국의 선수단이 불편하지 않게 지내도록 해야 한다. 숙소에 대한 안전, 각종 편의 제공 등을 잘 챙기겠다. 두 번째로는 특히 음식에 신경을 써야 한다. 태릉선수촌장 시절에도 내가 직접 영양사로부터 일주일 치 메뉴를 받아서 선수들의 식사 현황을 챙겼다.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 아시안게임 선수촌 급식 시식을 할 때도 태릉에서 국가대표선수, 지도자들을 초대해서 의견을 묻도록 할 계획이다. 국제대회에 다녀본 사람들이 냉정하게 품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로는 선수촌 내의 놀이문화를 챙겨야 한다. 선수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선수촌에서 보낸다. 대회를 마친 선수 등이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 시설을 챙길 것이다.”


-지도자, 태릉선수촌장으로서 여러 종합대회를 경험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선수촌이 있나?

“세계 각국에서 모이다보면, 서로의 관습 차이 때문에 모든 선수를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 하나가 대단했다는 인상만큼은 심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선수촌 자원봉사자인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맛있는 음식점을 가르쳐달라고 하자, 자신들끼리 의논을 해서 10곳을 적어줬다. 그 중에서 3곳을 가봤는데 모두 기억에 남을 만한 곳이었다. 친절함과 세심함에 놀랐다. 감사의 의미로 대한체육회 직원은 자원봉사자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줬다. 이런 식으로 선수촌에선 서로의 문화가 교류될 수 있다. 지난달 선수촌 운영요원 직무교육에서 ‘여러분에게 아시안게임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 있어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하나의 소홀함 때문에 좋지 못한 기억을 남겨선 안 된다. 예를 들어 회를 먹지 않는 나라의 선수에게 인천의 유명 회집을 추천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운영요원들에게 ‘인상적으로 알려줘야할 한 가지씩은 꼭 생각하고 자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만의 특징적인 것들이 있다면?

“안전과 관련해선 작은 일이 큰 일이다. 인천시와 조직위 모두 안전문제를 특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 ‘청소를 했는데 내가 쓰던 물건은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선수들 모두가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북한선수단 역시 선수촌 안에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겠다.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은 기존 선수촌에 비해 동 사이가 넓어 쾌적하고, 자연친화적으로 배치돼 있다. 조경과 구조 등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인천아시안게임은 북한의 참가 선언으로 특히 관심이 높다. 일각에선 북한 출전과 관련한 정부 입장이 강경일변도란 지적도 있다. 공동응원과 공동입장 등 낮은 차원의 체육교류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공동입장이란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역사적인 맥락이 있었다. 1991년 세계탁구세계선수권과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에서 남북단일팀을 만들었던 성과들이 결국 공동입장으로 이어졌다. 당시엔 그런 상징적인 것들도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입장식이 끝나면 남남인데 무슨 소용이 있나. 이제는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체육교류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서로가 부족한 종목이 있다면 합동훈련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 북한이 남한에 비해 못하는 종목이 있다면 남한에서 함께 훈련을 하면 좋지 않나.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 선수들도 해외에서 돈을 써가며 전지훈련을 하는 마당에 북한에서 훈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체부가 수개월간 ‘체육계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기치로 체육개혁을 해왔다. 이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고 있나?

“‘무엇을 개혁했으며, 무엇이 변화됐나. 무엇이 비정상화인데 정상화가 된 것인가?’라고 묻고 싶다. 군소단체의 사람들만 힘들어한다. 개혁 주체들 사이에 이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필연적인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 대한체육회(1920년 설립)도 조만간 100년 역사를 맞는다. 이제 책임감을 가지고 미래의 100년을 어떻게 꾸려갈지 준비해야 한다.”


● 이에리사 의원은?
▲생년월일=1954년 8월 15일
▲출생지=충남 보령
▲출신교=서울여상∼명지대∼명지대 박사
▲선수 경력=1972년 아시아탁구선수권 여자 단·복식 우승,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체전 우승
▲주요 경력=여자탁구대표팀 감독(1988서울올림픽·2004아테네올림픽), 태릉선수촌장(2005년 3월∼2008년 8월), 용인대 교수(2000년 3월∼2013년 2월), 용인대 기획처장(2011년 2월 ∼2012년 3월)
▲현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 2014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장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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