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통역 이어 경호 인력마저 이탈, 조직위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입력 2014-10-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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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동아일보DB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동아일보DB

스포츠동아는 9월 24일자로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고용된 통역전문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조건과 처우가 당초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약속한 것과 달라 대회 초반 그만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조직위는 “잘 돌아가고 있다”는 공허한 말만 되풀이하며 반박에 열을 올렸지만, 여전히 여러 경기장에선 전문통역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그런데 중도에 업무를 포기한 것은 통역전문 자원봉사자들뿐이 아니다. 최근 많은 경호인력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대회에선 조직위가 진행한 공개입찰을 통과한 20여개 경호업체, 3000여명이 경찰과 함께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처음 제시한 인력을 채우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최소 40명을 배치하기로 한 모 종목 경기장에선 20명 남짓만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탓이다. 국내에 경호업체들은 적지 않지만, 수급 가능한 인력은 한정돼 있다. 오늘은 A업체, 내일은 B업체를 오가며 활동하는 경호인력이 많다. 이에 따라 업체들이 경쟁하다보면 인력 빼가기가 벌어지고, 이 과정에서 어딘가는 인력을 채울 수 없게 된다. 더욱이 모든 경호업체가 스포츠 현장을 경험해본 것도 아니다. 결국 전문성 없는 업체들에 마치 ‘나눠주기 식’으로 일을 처리하다 ‘인력 미수급’이라는 사태를 낳고 말았다. 이 때문에 반드시 있어야 할 곳에 경호인력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곳곳에서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종목 선수단 관계자는 “선수 라커룸을 자원봉사자들 외에는 아무도 지키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고, 또 다른 관계자도 “VIP 출입구에 몰려있을 뿐, 다른 동선은 아무도 챙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에서 취재진은 전문경호인력이 아닌 조직위 내 미디어부에서 별도로 관리한다. 최근 일본 수영선수가 한국 사진기자의 카메라를 절도해 물의를 빚은 사건은 결과적으로 경호업체가 아니라 애초에 업무분담이 모호했던 조직위에 책임을 지울 수 있다.

물론 잘하는 부분도 있다. 메인미디어센터, 선수촌, 아시아드주경기장 등에선 아직 별다른 불만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 조직위 내 안전부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0∼30명씩으로 편성된 비상대응팀 3개를 별도로 편성해 구멍이 났거나 추가 인력이 필요한 곳에 배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전부의 한 관계자는 “경호업체에서 인원을 관리하는데, 이들의 업무를 (조직위에서) 강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린 참석 인원에 대한 급여를 지급할 뿐이다. 몇 명이 이탈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특정 업체를 지정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다른 방식을 택했다. 미흡한 점은 빨리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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