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영의 가을 승리 10년 만이야

입력 2014-10-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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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 3차전에 선발등판한 오재영은 6이닝 3안타 1실점의 깜짝 역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 3차전에 선발등판한 오재영은 6이닝 3안타 1실점의 깜짝 역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PO 3차전 6이닝 1실점…넥센 KS행 1승 남았다

2004년 현대서 KS 5차전 승리후 3665일
숱한 좌절 딛고 가을무대 깜짝스타로 부활


지금 넥센에는 현대의 200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한 멤버가 딱 네 명 있다. 외야수 송지만(41), 투수 송신영(37), 외야수 이택근(34), 그리고 투수 오재영(29)이다. 그 가운데 송지만은 이미 은퇴를 선언했다. 송신영은 플레이오프(PO) 엔트리에 없다. 올해 다시 한번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 수 있는 멤버는 이제 이택근과 오재영밖에 남지 않았다.


● 오재영 6이닝 1실점 깜짝 호투…10년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

특히 오재영에게는 이번 가을이 그 누구에게보다 깊은 의미가 있다. 오재영은 10년 전, 현대가 배출한 신인왕이었다. 평생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왕관을 썼다. 게다가 입단 첫 해부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하는 환희를 경험했다. 그해 10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당당히 선발승도 따냈다. 최고의 무대에 선 설렘과 긴장감, 그리고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때의 성취감을 이미 느껴봤다. 그 후 굴곡 많은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도, 언젠가 다시 한국시리즈에서 가을의 마운드를 제패하겠다는 꿈은 버리지 않았던 이유다.

그때 그 젊은 투수에게 10년 뒤 비로소 기회가 왔다. 팀을 또 한번 한국시리즈로 이끌 발판을 스스로 마련했다. 오재영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7even세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LG와의 PO 3차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3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호투해 넥센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오재영 개인에게는 무려 3655일 만의 포스트시즌 승리. 다시 가을의 영웅으로 우뚝 서기까지 10년하고도 사흘이 더 걸렸다. 이날의 데일리 MVP로도 선정됐다. 넥센은 오재영의 호투를 발판 삼아 3선승제의 PO에서 2승(1패)째를 먼저 따냈다.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단 1승만 남겨뒀다. 넥센과 LG는 31일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치른다.


● 넥센 PO 유일한 토종선발 자존심 세워…“이젠 한국시리즈다”

사실 오재영에게는 이날의 선발등판이 부담스러운 중책이기도 했다. 오재영은 PO를 3선발 체제로 치르는 넥센에서 유일한 토종 선발투수다. 다들 용병 원투펀치인 앤디 밴 헤켄과 헨리 소사보다 오재영의 무게감이 훨씬 떨어 진다고들 했다. 팀은 한때 마무리 손승락의 일시적인 선발 전환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넥센의 국내 선발들이 자존심을 다쳤다. 물론 오재영은 시즌 내내 LG전에서 강했다. 그러나 경기 직전까지도 100%의 신뢰를 얻지는 못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5이닝 3실점 정도로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랐고, LG 양상문 감독은 “여러 번 붙어봤으니 이제 칠 때도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뚜껑이 열렸다. 넥센의 선발투수 오재영은 예상보다 더 강했다. 4회까지 별다른 위기도 없이 안정감 있는 피칭을 이어갔다. 5회 1사 후 볼넷∼안타∼몸에 맞는 볼로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정성훈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내줬을뿐 흔들리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다.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함성과 당당한 자세로 LG의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나 최고의 순간을 향해 달려가는 넥센처럼, 오재영 역시 숱한 부상과 좌절을 이겨내는 동안 더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 듯했다.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해낸 오재영. 이제 그의 시선은 10년 만의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무조건 이긴다’ 각오로 전력투구”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으로 1회부터 전력으로 던졌다.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손에 물집까지 잡힐 정도로 온 힘을 다했다. 대표님부터 감독님까지 올해 내게 기대도 많이 해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는데, 그 관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계속 부진해서 죄송하고 힘든 마음이었다.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태어나서 딱 한 번 우승해봤던 10년 전 한국시리즈가 기억이 난다. 올해도 꼭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올라서 다른 팀들보다 더 오래, 끝까지 야구하고 싶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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