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야구단. 스포츠동아DB
이종운 신임감독에겐 흔들기 보단 믿음을
선수들의 행동에 대한 불안감 해소도 필요
이제는 ‘롯데야구단의 정상화’다.
롯데 자이언츠 최하진 대표이사가 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배재후 단장은 6일 사퇴했다. 이문한 운영부장도 마음을 비운지 오래다. 이로써 롯데야구단 핵심 포스트 3인이 모두 사실상 퇴진하게 됐다. 팬들의 숙원이었던 롯데 프런트 개혁이 비로소 첫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롯데 프런트 수뇌부의 총 퇴진은 롯데야구단 개혁의 시작이지 결말이 아니다. 일련의 ‘롯데사태’ 여파로 2015시즌을 향한 준비가 가장 더딘 팀이 롯데야구단이다. 이대로라면 2015시즌 전망도 어둡다. 다만 위안은 올바른 방향으로 야구단을 끌고 갈 수 있는 ‘창조적 파괴’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이 ‘허허벌판’에서 롯데야구단을 정상화시킬 ‘그랜드디자인’을 어떻게 그릴 수 있느냐, 그 역량에 따라 롯데야구단의 미래가 달려있다.
● 힘과 비전 그리고 혁신 마인드를 갖춘 인물이 프런트에 와야
최 사장, 배 단장 등이 물러나도 롯데그룹에서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 ‘낙하산’을 타고 온다면 롯데야구단에 희망은 없다. ‘이러자고 우리가 거리로 나섰단 말인가?’라는 팬들의 허탈감을 달랠 길 없어지면 롯데야구단은 처절하게 외면 받을 것이다.
야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야구단에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그룹에서 퇴직하기 직전의 인사나 밀려난 사람들이 오는 곳이 롯데 자이언츠 사장직”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문제가 됐던 ‘롯데 프런트 라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인 구단주대행이 모두 야구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롯데야구단만의 독특한 구조에서 비롯됐다. ‘누구 프런트는 누구 라인이라더라’는 잡음이 자주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롯데야구단은 만신창이나 다름없다. 이럴수록 롯데그룹에서 힘과 비전을 갖춘 인물들을 발탁해 전권을 줘야 ‘롯데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 바깥에서 들리는 말처럼, 롯데야구단을 향한 신 대행의 ‘지나친 관심’은 그 좋은 의도와 달리 야구단 구성원 전체를 불행에 빠뜨리는 길이 될 수 있다.
● 이종운 감독 취임식도, 코치 조각도 제대로 못해
이 감독은 10월31일 임명된 이래 아직 취임식조차 못했다. “거의 다 돼간다”라고 밝혔으나 6일까지 코치 조각조차 못했다. 자신을 감독으로 임명한 프런트가 퇴진해 이 감독 의사와 무관하게 입지가 곤란하게 됐다.
야구계에선 이종운 감독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임명 후 1주일도 안 된 신임감독마저 흔드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3년 계약을 한 이상, 최소 2015시즌은 믿고 지켜봐주는 것이 순리다. 아직 아무 것도 보여준 것이 없는 감독을, 무명이라는 이유로 혹은 문제의 프런트가 임명했다는 이유로 저격하는 것은 명분이 많지 않다. 뒷말이 무성한 이 감독의 ‘개인사’는 다른 관점에서 따져야 될 사안이다.
● 선수들이 야구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줘야
‘롯데사태’ 와중에 많은 야구인들이 선수들 걱정을 전했다. “롯데야구단은 그 역사상, 선수들의 집단행동이 일어났을 때 보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우려였다. 롯데사태를 취재하면서 선수들이 가장 마음 아파했던 대목은 “프런트나 선수나 다 똑같으니까 저렇게 막장이지 않느냐?”, “저러다 결국은 프런트와 선수 모두 피해자가 된다”는 양비론을 들을 때였다. 프런트의 잘못된 선수단 운영을 지적하기 위해 선수들은 생계의 위협을 감수하고 공개행동을 한 것이다. 목적은 롯데야구단의 개혁이었다. 어느 선수는 “이렇게 큰일을 일으켰으니 우리도 벌을 내리면 받을 각오가 돼있다”는 말까지 했다.
선수들의 순수한 행동이, 프런트의 보복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롯데야구단은 “그저 즐겁게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뭉쳤던 선수들의 불안감을 씻어줘야 한다. 그것이 프런트-선수단 신뢰의 출발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