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ML도전 첫해 빵점…내년엔 100점을 위해 뛰겠다”

입력 2014-11-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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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은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노폭 타이즈에서 뛴 올 시즌에 대해 0점을 매겼다. 처음 야구공을 잡았을 때부터 꿈꿔왔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향해 친정팀 KIA가 훈련 중인 일본 미야자키의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야자키 휴가(일본)|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rushlkh

윤석민은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노폭 타이즈에서 뛴 올 시즌에 대해 0점을 매겼다. 처음 야구공을 잡았을 때부터 꿈꿔왔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향해 친정팀 KIA가 훈련 중인 일본 미야자키의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야자키 휴가(일본)|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rushlkh

■ KIA 마무리캠프서 만난 오리올스 트리플A 윤석민

부진원인, 체계적으로 몸 만들지 못한 탓
이번엔 KIA 선수와 함께 훈련…큰 도움
내년 시즌 ML보장…나의 마지막 승부처
오리올스파크에서 최고의 공 보여주겠다

1년 전 그의 앞에는 두 가지 전혀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한 쪽은 익숙한 환경 그리고 4년 100억 원 이상의 수입이 보장된 길이었고, 다른 쪽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메이저리그 도전이었다. 그는 돈보다 꿈을 택했다. 처음 야구공을 잡았을 때부터 메이저리 거를 꿈꿨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였던 윤석민(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트리플A 노폭 타이즈·28). 그는 지난해 이맘때부터 메이저리그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2014시즌엔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지 못했다. 트리플A에서도 부진했다. 23일 일본 미야자키 휴가시 KIA 마무리 캠프에서 만난 윤석민은 그 스스로 “올해 점수는 빵점이다. 한국에 남았어도 부진했을 것 같다”며 한 해를 돌아보곤 “내년엔 100점을 위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동안 언론에 털어놓지 못했던 메이저리그 도전의 솔직한 마음, 미국생활의 여러 에피소드도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해 FA자격을 얻었다. 국내에 남았다면 역대 최고 계약도 가능했다. 1년이 지난 지금 후회는 없나?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새로운 문화 경험, 낯선 땅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 등 짧게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야구만 잘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얼마 전 스포츠동아 기사 ‘역대 FA 베스트 5, 워스트 5’를 봤다. 아마 국내에 남았다면 내가 워스트 1위였을 지도 모른다(웃음). 미국 도전 첫 해라서 부진한 것이 아니라 워낙 몸이 좋지 않았다. 국내에 있었어도 최악의 시즌을 보냈을 것 같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었나?

“계약이 늦어지면서 개인훈련은 열심히 했지만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지 못하면서 약 3개월 이상 공을 잡지 못했다. 미국 시스템은 국내처럼 투수코치들이 적극적으로 이끌어주지 않는다. 특히 그들은 내가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를 보지 못했다. 밸런스가 잡히지 않아 혼자 투구 폼을 계속 바꾸면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나빠졌다. 시즌을 마치고 느낀 점은 몸이 완성되지 않았는데 계속 투구 폼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내년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더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해 KIA에 부탁을 드렸다. 열심히 몸을 만들고 피칭 훈련도 빨리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 생활은 어땠나? 한국 최고 스타가 마이너리그에 계속 있었는데.

“‘한국에 있을 때 외국인선수에게 더 잘해줄걸’ 하는 후회를 조금 했다. 물론 야구장에서는 친하게 지냈는데 아무래도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경기장 밖에서는 잘 만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아마 나에게도 그러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 했었다. 그러나 다들 너무나 잘 해줬다. 먼저 다가와 주고 외롭지 않게 챙겨줬다. 통역이 있지만 서로 더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역시 영어가 익숙해야겠다는 생각도 자주했다. 약속 때문에 외출하는 날 빼고는 거의 집에 있었다. 1년간 한국 드라마는 모두 다 봤다.(웃음)”


-미국에서 동료들이 뭐라고 불렀나? 기억에 남는 재미있었던 일은?

“‘유니’라고 부르더라. 성 ‘윤’에 ‘니’를 붙여 친숙하게 불렀다.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한 선수나 메이저리그에서 잠시 트리플A로 내려온 선수가 종종 저녁을 산다. 트리플A도 경기 전 먹는 식사는 매우 부실하다. 레스토랑에 주문하면 포장해서 가져다주는데 인원이 많다 보니 돈이 꽤 든다. 문화가 달라서 그런지 막대한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라커에 도배된 레스토랑 전단지를 애써 무시하고 미소 한번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팀에서 연봉이 높은 편이라서 자주 저녁을 샀다. 그래서 다들 친절했었나?(웃음). 트리플A에서 동료들이 첫 승을 거뒀을 때 고급술에 팀 원 전체의 사인과 축하 글을 담아 선물을 해줬다. 굉장히 고마웠다.”


-트리플A에도 수준급 타자들이 많다. 어떤 점을 느꼈나?

“제대로 된 동계훈련을 하지 못했다. 몸이 완성되지 않아 구속도 떨어졌고 평범한 공을 계속 던질 수밖에 없었다. 성적은 나빴지만(트리플A 4승8패 방어율 5.74) ‘아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게 된다면 해 볼만 하겠다’는 자신감은 분명 얻었다.”


-윤석민 하면 시속 145km 고속 슬라이더다. 미국에서 슬라이더는 어땠나.

“130km 후반 겨우 나왔던 것 같다. 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크게 느꼈다. 올해 원래 계획은 괌에서 개인훈련이었는데, 혼자 운동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힘들면 쉬게 되고…. 그래서 미야자키에 왔다. KIA 선수들이 모두 정말 열심히 뛰고 있다. 보고만 있어도 힘이 난다.”


-내년에는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이 시작되는 시즌이다. 어떤가?

“계약서상에 그렇게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오히려 기분 좋은 점은, 내년에는 이 도전이 성공이냐 아니면 실패냐가 확실히 정해진다는 점이다. 기회도 없이 물러나는 것만큼 비참함은 없다. 올해 마이너리그에 있으면서 연봉이 높은데 그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팀원들에게 항상 미안했다. 내년에는 주어진 역할을 다 하고 싶다. 미국에서 오리올스파크(볼티모어 홈구장)에 간 적이 있다. 구장이 정말 아름다웠다.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그 마운드에서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지고 싶다.”

미야자키 휴가(일본)|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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