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주 전 현대건설 감독, 불꽃처럼 살다가 떠나다

입력 2014-12-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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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이 4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졌다. 스포츠동아DB

향년 48세 심장마비 숨져…배구계 애도물결

코트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투혼을 불태웠던 전 여자배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황현주 감독이 4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8세.

지난 시즌까지 V리그 현대건설 사령탑으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황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진주 선명여고 총감독을 맡아 꿈나무들을 지도하며 V리그 복귀를 꿈꾸던 중이었다. 그동안 수원에 가족을 두고 진주에서 홀로 오피스텔에서 생활해 왔다. 3일 지인 모임에 참석한 뒤 숙소로 돌아간 것이 황 감독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현대건설 선수단은 뜻밖의 소식에 침통해했다. 국영준 사무국장이 진주로 급파됐고 선수단도 단체로 문상했다. 전 흥국생명 어창선 감독 등 많은 배구계 인사들이 황 감독의 빈소를 찾았다.


● 선수시절 영리하고 두뇌플레이 능한 세터로 명성

진주 동명고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황 감독은 서울시립대∼서울시청에서 세터로 활약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신춘삼 판독위원은 “시립대 시절 3년간 전패를 한 다음에 처음으로 스카우트 해온 선수가 황현주였다. 오자마자 그해에 성균관대를 이기고 1승을 했다. 이후 서남원 이성희 어창선 박삼용 감독이 입학했다. 고교시절 이상열 경기대 감독과 함께 랭킹 1∼2위를 다퉜다. 세터로서 영리하고 두뇌플레이를 잘하는 선수였다. 섬세하고 조용한 성격이었고 바른생활을 했다. 지도자로서 더 성공했는데 코트에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시청출신 선수들이 갖고 있는 잡초정신이 누구보다 투철했기 때문이다”며 제자와의 예상 못한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 김연경 황연주 이끌며 흥국생명 전성기 일군 배구명장

황 감독은 서울시청을 거쳐 1987년부터 LG화재 선수로 활동했다. 1994년 유니폼을 벗고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LG정유 코치를 거쳐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수원 한일전산여고 감독을 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LG화재의 코치로 잠시 남자선수들을 지도했지만 2001년부터 흥국생명의 코치로 다시 여자배구에 복귀했다. 2003년부터 흥국생명의 감독을 맡아 2009년까지 김연경 황연주 등과 함께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황금시대를 열었다. 2009년부터 현대건설로 옮겨 2010∼2011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등 우승제조기로서 명성을 쌓아왔다.


● 코트에선 불꽃같았고 코트 밖에선 정 많은 사람

코트에서 누구보다 지기 싫어했던 황 감독은 애매모호한 판정이 나오면 단호하게 어필을 해 V리그에서 가장 많은 벌금을 받은 감독이었다. 코트에서는 불꽃같은 사람이었지만 경기장을 떠나면 달랐다. 선수들의 미래를 많이 걱정했고 좋은 대우를 위해 앞장섰다. 최근 제주도 전국체전 때 만났던 흥국생명 이영하 사무국장은 “코트 밖에서는 누구보다 재미있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프로감독 자리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는데 아쉽다. 언젠가는 V리그에 복귀할 분이었는데…”라며 비통해 했다. 유족으론 부인 최미숙 씨와 1남1녀가 있다. 빈소는 진주 경상대학병원 장례식장 특실 101호(055-750-8651). 발인은 6일 오후 1시30분이고 장지는 수원 영화장 납골당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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