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더 인터뷰] 윤성환 “송진우 선배처럼 불혹에 10승하는 선수되겠다”

입력 2014-12-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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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4년 총액 80억원에 계약한 윤성환은 “매해 10승 이상과 150이닝 투구로 4년 동안 50승과 600이닝을 책임져 구단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츠동아DB

■ ‘80억원 사나이’ 삼성 윤성환

프로데뷔 첫번째 꿈은 10년 야구하는 것이었다
그땐 4000만원도 꿈의 연봉…80억 계약 하다니
FA 계약 4년 동안 50승·600이닝 새로운 목표

프리에이전트(FA) 윤성환(33)이 원소속구단인 삼성과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48억원, 연봉 8억원)에 계약했다. 두산이 4년 총액 84억원에 영입한 장원준에 이어 투수로는 역대 두 번째 고액이다. 윤성환은 계약을 끝낸 뒤 ‘정말 내가 이 계약을 한건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삼성은 그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고 협상도 순조로웠다. 윤성환은 협상 테이블에서 “앞으로 4년 동안 매년 150이닝과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낼 자신 있다”고 했다. 그는 프로야구에서 자기관리가 뛰어난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FA 계약 4년 동안 50승과 600이닝 투구라는 큰 목표도 세웠다.


● 80억 계약! 구단과 마음이 통했다


-축하한다. 4년 계약에 80억원, 대박이다.

“좋은 계약을 해준 구단에 감사하죠. 계약을 하고 나니까 책임감이 정말 크게 느껴졌어요. ‘앞으로 4년이 진짜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고 저 자신에게 말했어요.”


-80억원은 처음부터 나온 금액인가?

“첫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구단에서 무조건 나를 잡으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액수 차이도 크지 않았고요. 생각보다 훨씬 편하게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에서 윤성환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선수로 평가했겠지. 당장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그 가치를 보여줬잖아?

“한국시리즈에서 2승한 게 큰 힘이 됐죠. 만약 지난해처럼 한국시리즈에서 제가 부진했다면 이렇게 좋은 계약은 어려웠을 겁니다. 운이 좋았다고 봐야죠.”


-한국시리즈 1승이 돈으로 환산하면 수억이겠다.

“1승에 10억은 된 것 같습니다.”


-내년에 우리나이로 서른다섯 살이다. 서른여덟 살까지 보장해준 계약인데,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넘어가기에 80억원은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라는 지적도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근데 그 부분에서 구단이 저를 믿어줬어요.”


-믿어줬다?

“네. 사실 저는 운동밖에 모르거든요. 술, 담배도 안하고 스스로 찾아서 훈련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런 점들에서 구단이 저를 믿어준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는 맞는 것 같다. ‘삼성에서 누가 가장 열심히 훈련하나?’ 물어보면 다들 윤성환이라고 하니까.

“저는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게 노력이 전부였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야구를 잘했던 선수도 아니었고 동의대 가서 엄청난 훈련을 하면서 야구에 눈을 떴죠.”


● FA 4년 목표, 50승과 600이닝!


-벌써 4년 계획을 세웠다면서?

“큰 틀에서는 해마다 두 자릿수 승리와 150이닝투구가 목표입니다. 계약할 때 구단에 자신 있게 이야기했던 부분이죠. 4년 동안 50승과 600이닝을 채워서 구단에 보답해야죠.”


-최근 2년 연속으로 170이닝을 넘게 던졌다.

“선발투수가 된 지 7년이 됐습니다. 170이닝을 던져도 크게 힘들지 않아요. 제가 완급조절도 하고 시즌을 운영하는 노하우도 생기다보니까 내년에도 170이닝을 던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최근 10년 동안 2년 연속 170이닝을 던진 국내투수가 문동환, 류현진, 손민한, 봉중근, 그리고 윤성환 딱 5명뿐이더라. 3년 연속 170이닝은 봉중근밖에 없어. 류현진도 3년 연속 170이닝은 던지지 못했어.

“좀더 정교해지면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좀더 정교해진다?

“제가 제구력도 좋은 편이고 정교하게 공을 던진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 실투도 많거든요.”


-내년 목표는?

“올해도 시즌 목표는 15승이었는데 12승에 그쳤어요. 다시 15승에 도전해야죠. 방어율도 3점대로 내리고…. 그리고 통합 5연패죠. 또 빅이닝을 5차례 이하로 막는 것도 목표예요.”


-빅이닝?

“네. 올해 제가 빅이닝을 허용한 게 10차례예요. 3실점이 7차례, 4실점 1회, 5실점이 3회나 돼요. 빅이닝을 허용한 9경기에서 팀은 3승6패를 했고요. 1회에 빅이닝을 내준 게 4차례나 되죠. 제가 멘탈이 흔들린 게 가장 큰 요인이에요. 최소실점으로 막으려고 좀더 집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좀 의외다. 윤성환은 굉장히 침착하고 냉정한 투수 아닌가?

“그렇지 못할 때도 꽤 있어요. 팀을 생각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야 되는데…. 내년에는 좀더 팀을 생각하며 던져야죠. 한 점 덜 주면 그만큼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 딱 3경기, 1회부터 전력투구했죠!


-한국시리즈에서 2승했다. 정교하게 던지더라.

“정교하게 던진다는 생각보다는 1회부터 전력투구한다는 마음으로 올라갔어요.”


-전력투구한다?

“네. 페넌트레이스 때는 전력투구 잘 안하거든요. 1회에 (시속)133km나 135km 정도의 직구로 시작하는데 한국시리즈 때는 140km부터 나갔죠. 페넌트레이스 때는 길게 던져야 하니까 직구스피드를 10km 정도 조절하면서 던지는데 한국시리즈 때는 그럴 여유가 없어요. 느슨하게 시작했다가 초반에 실점하면 안 되니까요. 2차전도 그랬고, 6차전도 전력투구했어요.”


-전력투구하는 것처럼 안보이던데?

“다들 그래요. 동료들도 ‘그게 전력투구냐’고 놀리는데 저는 정말 세게 던졌어요. 사실 가장 전력투구했던 경기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던 LG전이었죠.”


-10월15일 경기였지, 아마?

“네. 2경기 남았는데 우승확정이 안 된 거예요. 올해 LG전에 두 번 나가 두 번 다 안 좋았거든요. 세 번째 등판인데 초반부터 전력으로 던졌어요. 그날 이겼을 때 한국시리즈보다 더 좋았어요.”


● 송진우 선배처럼 40세에 10승하는 게 꿈!


-어떤가? 선발투수 윤성환은 점점 발전하고 있나?

“네. 구종이 늘었고, 이닝수도 늘고 있고, 경기운영도 좋아지고 있어요.”


-올해는 포크볼이 좋더라.

“지난해까지는 간간이 던졌는데 올해는 재미 많이 봤어요.”


-한국시리즈 때는 슬라이더가 굉장히 예리하던데.

“지금은 커브보다 더 자신 있죠. (안)지만이한테 배운 건데, 제 슬라이더는 약간 커터성이에요. 이제는 어떤 타자를 상대해도 충분히 해볼만한 구종을 갖춘 것 같아요.”


-4년 계약 기간동안 과연 윤성환은 어떤 모습일까?

“잘하면 좋겠지만 잘 안 될 때도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준비하고 마운드에 오를 겁니다.”


-언제까지 공을 던질 건지 생각해본 적 있나?

“프로에 처음 들어올 때 제 꿈은 10년 야구하는 거였죠. 지금도 기억나는데 연봉 4000만원만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왜 4000만원인가? 4억원도 아니고.

“그 당시에는 4000만원이면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것 같았어요.”


-11년을 뛰었고, 연봉은 8억이다. 80억원 대박도 터뜨렸고….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나?

“책임감을 가지고 4년 동안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선입니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송진우 선배님처럼 마흔 살에 10승 투수가 되는 거죠. 그게 저의 마지막 꿈입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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