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을 맞은 KBS2 '해피 선데이-1박 2일 시즌3'의 유호진 PD도 어쩌면 지금 '기적을 일으킨 의사'의 심정일 것이다. 배운대로 했고, 물려받은 유산을 잘 굴렸을 뿐인데 연기자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호진 PD를 향한 관심은 10일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섯 명의 멤버가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서도 유 PD에 대한 질문은 계속 쏟아졌다. 주된 질문은 어떻게 죽어가던 '1박 2일'을 살려낼 수 있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유 PD는 첫째로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자들을 꼽았다. 그는 "7년 전부터 '1박 2일'은 꾸준히 지켜봐 주는 고정 팬이 있다. 그런 분들이 시즌3를 허락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출자 입장에서는 할머니들을 만나거나 선생님들을 부르는 것에 대해 '재미가 없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당연히 하게 되는데 이 분들이 있어 위험한 것들도 시도할 수 있다. 이건 우리가 누리는 일종의 호사"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멤버들과 제작진이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 모였던 점을 지적했다. 유 PD는 "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웃기는 것은 잘 모른다. 그래서 조연출과 작가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면서 "멤버들도 직업과 재능이 각자 다른데 이런 사람들이 모여 균형을 이뤘다. 서로가 덕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유호진 PD는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긴 역사를 꼽았다. 오랫동안 시청자들과 만난 프로그램이 주는 익숙함과 더불어 식상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설명했다.
유 PD는 "'1박 2일'은 오래된 프로그램이다. 연출을 해보니 왜 선배들이 원형을 자꾸 바꾸려고 시도했는지 알겠더라. 이 프로그램은 갈만한 데는 다 여행을 해 본 프로그램이다. 그러다 보니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자꾸 새로운 걸 찾게 된다. 하지만 '1박 2일'은 출연자가 달라지면 내용과 구성이 달라진다. 전혀 다른 여행을 가게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형들을 더 고생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겠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가보지 못할 여행지를 찾겠다. 이건 선배 연출자들이 내게 물려준 유산이며 내가 지켜가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앞서 밝힌 것처럼 연예인 6명이 한 자리에 모였건만 질문공세는 PD에게 집중됐다. 첫 방송을 앞둔 프로그램이거나 논란의 중심에 선 방송이 아니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분명 나영석 PD의 유산을 지키고 새 출연자들을 모아 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만든 그의 공로가 몸으로 고생한 다른 여섯 멤버 못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