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경기 스피드업 조항 강화키로

입력 2014-12-1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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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 늘어지는 경기시간 ‘흥행엔 독’

올 시즌 평균 3시간27분 역대 최장 기록
역대 최고 타고투저·심판합의판정 영향
KBO, 강제조항 마련 등 규정 개정 나서

프로야구 경기시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물론 야구는 시간제한이 없다는 점이 나름대로의 매력이기는 하지만, 경기가 너무 늘어지면 자칫 흥행에 독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스피드업은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뿐 아니라 한국프로야구에서도 공통된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한국프로야구의 경기시간은 심각할 정도로 길어지고 있다.


● 경기시간이 얼마나 길어졌을까

올 시즌 프로야구는 총 576경기가 펼쳐졌는데, 1경기 평균 경기시간은 무려 3시간27분이나 됐다. 이는 역대 최장시간이다(표 참조).

1998년엔 평균 2시간대(2시간59분)였다. 14년 새 한 경기를 치르는 데 30분 가까이(28분) 늘어난 셈이다. 1998년까지만 해도 평균 경기시간이 3시간을 넘은 해는 1982년, 1989년, 1996년(이상 3시간 2분) 3차례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2시간대였다. 특히 1993년에는 역대 최단시간인 2시간47분이었다.

팀별로 보면 올 시즌 LG와 롯데가 3시간30분으로 가장 길었고, NC가 3시간24분으로 가장 짧았다. 그러나 NC의 평균 경기시간 역시 종전 역대 최장시간인 2009년의 3시간22분을 훌쩍 넘어선다. 한마디로 올해는 모든 팀이 역대 최장시간을 기록한 셈이다.


● 왜 이렇게 길어졌을까

경기시간이 길어진 가장 큰 이유는 경기력 때문이다. 올해는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평균타율은 역대 최고인 0.289였고, 평균방어율은 사상 최초로 5점대(5.21)로 악화됐다. 경기당 안타수는 사상 최초로 20개대(20.0)였고, 경기당 홈런 역시 지난해 1.39개(총 798개)보다 45.6% 늘어난 2.02개(총 1162개)나 됐다. 경기당 득점도 사상 최초로 11점대(11.2)로 치솟았다. 경기당 등판하는 평균투수 숫자도 지난해(8.37명)보다 늘어난 8.57명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뿐만 아니다. 투수가 타자를 이기지 못하면서 견제와 인터벌은 더욱 길어지고, 타자는 타석을 벗어나는 등 불필요한 동작들이 많아졌다. 올해 후반기부터 심판합의판정 제도를 도입한 것도 시간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였다. 내년부터는 심판합의판정을 시즌 전체로 확대하기 때문에 경기시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 경기시간을 줄여라

메이저리그는 경기촉진위원회(Pace of Game Committee)를 구성해 야구 스피드업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 시즌 평균 경기시간이 2010년보다 13분이나 늘어난 3시간8분(한국보다 19분이나 짧지만)을 기록하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애리조나 폴리그에서 20초룰(투수가 공을 받은 시점부터 주자 유무와 무관하게 20초 안에 투구를 해야 함)을 비롯해 타자는 타석에 들어선 순간부터 최소 한 발은 계속 타석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 룰(파울이나 타자가 벗어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투구 등은 예외 인정) 등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기도 했다. 타자의 타석 이탈이 경기 시간을 소비하는 가장 큰 주범으로 분석됐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애리조나 폴리그 평균 경기시간은 전년보다 10분 단축된 2시간42분을 기록했다.

KBO 역시 내년부터 경기 스피드업 조항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3일 경기 스피드업 관련 1차 회의를 열었고, 23일에 2차 회의를 개최해 경기 지연의 원인을 분석하고 스피드업 개선사항 등 규정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는 강제조항과 권장사항, 장기적인 프로젝트 등을 마련해 프로야구 감독 등 현장과의 조율을 통해 최종 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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