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축구기획] 철마다 낙하산 인사…10년 계획조차 없다

입력 2014-12-1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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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 선수단이 11월 8일 대전 한밭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2014’ 우승팀 시상식에서 환호하고 있다. 대전은 1997년 창단 이후 총 12차례나 사장 교체가 단행됐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도·시민구단, 변해야 산다!

1. 비전을 살려라!

2. 인사가 만사다!
3. 경영 마인드를 갖춰라!
4. 구단-지자체-단체장 ‘삼위일체’가 필요하다!

한국프로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를 계기로 일대 변화를 맞이했다. 프로축구단 창단 붐이 일었다. 대기업 등 든든한 모기업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시민공모주를 통해 탄생한 도시민구단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10년간 도시민구단의 수는 10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출발 탓인지 여전히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구단은 빚에 허덕이면서 선수단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경상남도가 경남FC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뒤 구단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존폐의 기로에 선 도시민구단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도시민구단을 낱낱이 해부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선거직후 지자체 입맛 맞는 새 인물 뽑아
대전은 사장 교체 12차례 평균 2년 안돼

일반직원도 이탈 빈번하고 업무량 과중
장기 계획 못세우고 전문성 향상 걸림돌

국제축구연맹(FIFA)이 줄기차게 강조하는 표어가 있다. 축구와 정치의 분리다. 자신들부터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순수해야 할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됐을 때의 부정적 영향은 상당히 크다. 당장 K리그가 그렇다. 지역민을 위한 문화컨텐츠 생산이란 선의에서 출범한 K리그 도시민구단들 상당수가 정치와 축구 사이의 위험한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거듭하고 있다.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연고지역민의 주주공모를 통해 창단됐지만, 이후 운영비는 지역기업들의 후원금과 시도금고 자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의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로 인해 ‘공공재’가 아닌 ‘사유물’로 전락하기 쉬운 위험성에 늘 노출돼 있다.


● 낙하산 인사

시민주주들이 온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럽과 달리 국내 도시민구단들의 운영은 사실상 지자체가 도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독립법인인데, 축구계에선 “(도시민구단은) 지역이라는 거대기업의 ‘돈만 쓰는’ 작은 부서이자 파트”라는 푸념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그래도 ‘일자리 창출’(?)의 측면에선 아주 매력적이다.

4년마다 돌아오는 지방선거는 이를 극명하게 입증시킨다. 선거 결과에 따라 도시민구단들도 요동친다. 대대적 인사는 당연한 수순이다. 대표이사 및 단장 등 구단 내 주요 보직은 선거 승자의 전유물이 된다. 이 무렵이면 ‘낙하산’ 측근 인사의 완결판을 쉽게 볼 수 있다. 구단 경영과 행정을 총괄하는 요직에 전문가가 와도 모자랄 판에 시장 또는 도지사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쓰고, 측근들에게 한 자리씩 만들어주다 보니 정상적 운영은 요원해진다. 간혹 정치와 관계없는 인물이 올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지역인사’의 굴레와 한계를 벗어나진 못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밀려난 이들과 새로 들어온 이들 사이의 알력 다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기존 인사들이 맺은 계약은 지방선거가 끝나면 휴지조각이 되기도 일쑤다.

올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우승팀으로 내년 시즌 클래식(1부리그)에 복귀하는 대전 시티즌의 경우, 대표이사 임기가 평균 2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1997년 창단 이후 총 12차례나 사장 교체가 단행됐다. 김세환 현 사장도 염홍철 전 대전시장 캠프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의 범주에 속한다. 그는 부임 1년 만에 철저하고 효율적인 경영 마인드로 대전을 빠르게 정상화시키고 있다는 호평도 받고 있지만, 현 구단주(권선택 대전시장)의 측근이 아니라는 이유로 오래 전부터 숱한 교체설에 휩싸여 있다.


● 전문가 육성도 시급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매년 여러 차례 각 파트 실무자회의를 연다. 그런데 1년이 멀다하고 어김없이 새 얼굴들이 등장한다. 오랜 시간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드물다. 대표이사, 단장도 부족해 사무국장까지 ‘낙하산’으로 전격인사가 자주 단행되다 보니 일반 직원들은 구단에서 미래를 찾기 어렵다. 능력 좋고 의식 있는 이들은 금세 자리를 비운다. 끊임없는 인력 이탈로 늘 직원이 부족하다. 남는 이들은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2∼3개 업무를 떠맡아야 한다. 그나마 계약직이 태반이다. 전문성 향상은 언감생심이다.

축구인 A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지만 도시민구단들은 그렇지 않다. 사장(단장)부터 1∼2년 단위로 바뀌다보니 사무국이 중심을 잡고 1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 계획을 수립할 수 없다. 비전도 없다”고 꼬집었다. 축구인 B도 “구단 인사를 사사건건 시(도)에서 관리하다 보니 사무국이 어떠한 업무든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도시민구단들이 꼭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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