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충청도 사람 많더라고…책임감 넘어 사명감 생겼어”

입력 2015-01-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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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이 스포츠동아 독자들에게 전하는 새해 인사를 들고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묻는다


1. 한화 김성근 감독을 만나다

2015시즌 프로야구는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10개 구단 시대. 프로야구 산업 전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들도 대거 새 얼굴이 등장했다. 스포츠동아는 새해 새 출발선에 선 프로야구 각 구단 감독을 만나 팬들이 궁금해할만한 얘기들을 속속들이 물어보는 코너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를 마련했다. 첫 번째 인물은 ‘컴백’만으로도 뜨거운 화제를 몰고 온 ‘야신’ 한화 김성근(73) 감독이다. 한화는 최근 6년(2009∼2014년) 중 5차례나 꼴찌를 한 최약체 팀. 과연 김성근 감독은 한화 팬들의 기대대로 한화를 수렁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아울러 가을잔치를 넘어 목표로 한 우승까지 이끌어가는 매직을 발휘할 수 있을까.


선발 배영수 송은범 이태양…또 한명 넣을 계획
김태균 홈런 30개 주문…공 맞히는 요령 알잖아
내 스타일대로 훈련하면 다들 쓰러져…
스프링캠프 어떤 방법 택할지 고민
한화팬 여러분, 우승 전력투구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새해가 밝았습니다. 느낌이 어떻습니까.

“희망과 불안. 이 속에서 새해가 시작되지 않았나 싶어요.”


-한화는 최근 6년 중 5차례나 꼴찌를 했습니다. 작년 한화가 기록한 팀방어율(6.35)은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기록(6.23)을 넘어 역대 최악의 팀방어율이었는데요. 마운드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숙제일 것 같습니다.

“FA(프리에이전트) 투수 3명(배영수 송은범 권혁)이 들어오면서 숫자적으로는 확실히 늘었어. 선발은 배영수 송은범, 용병 둘도 있고. 이태양, 또 다른 선수 하나를 넣을까 생각 중이야.”


-불펜은 어떻습니까. 마무리도 중요한데요.

“봐야겠지만 뒤쪽(마무리)은 윤규진이 베스트가 아닌가 싶어. 안영명이도 있지만. FA 3명이 오면서 6회부터 할 수 있는 승부수는 생겼지 않나 싶어. 앞에 가야할 투수가 중간에 올 수도 있으니까.”


-군에서 제대한 양훈도 있고, 이태양의 성장도 기대되는데.

“양훈은 작년 가을캠프 때 연습해보니까 좋은 건 갖고 있더라고. 여기서 껍질 3개는 벗겨야 되지 않나 싶어. 스피드가 더 나야하고, 컨트롤도 좋아져야하고…. 투심은 갖고 있는데 변화구를 전체적으로 만들어 가면 가능성은 있는 아이야. 이태양은 캠프에서 아파서 재활만 했어. 이제 거의 다 나았고….”


-외국인투수 2명을 롯데에서 뛰었던 유먼과 삼성 출신의 탈보트로 뽑았습니다. 다른 팀에서 내보낸 선수라 몸 상태 등 위험부담도 있을 텐데요.

“둘 다 체크해보니까 괜찮다고 하더라고. 선발로 실적이 있잖아. 유먼은 작년 무릎이 아팠는데도 10승 했잖아. 탈보트는 맞춰 잡는 스타일이고, 유먼도 그렇고, 배영수 송은범도 그렇고. 그래서 우리 팀은 특히 수비가 중요해. 무지 신경 쓰고 있지.


-말씀하신 대로 한화는 작년에 수비에서도 실책이 113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대전구장이 넓어졌는데 외야수비는 약하고. 그리고 내야가 안 좋았고, 포수 어깨가 안 좋았고….”


-다 약하다는 말씀이신데요.

“팀방어율은 투수만의 문제라고 보지는 않아. 안타가 2루타가 되고, 2루타가 3루타가 되고, 병살인데 병살이 안 되고…. 투수 방어율은 결국 수비라고 보거든. 수비가 좋아지면 방어율도 1점 떨어진다니까.”


-어쨌든 수비를 향상시켜야한다는 말씀이신데요.

“11월, 12월, 1월에 훈련을 했으면 스프링캠프에 체력을 만들어갔을 텐데, 과연 선수들 체력이 버티느냐 못 버티느냐가 문제야. 그동안 내가 하던 대로 훈련시키면 다 쓰러진다고. 과거처럼 하면 답은 나와 있는데, 다른 방법을 택해야하니까. 어떤 게 베스트인지….”


-외야수 쪽에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인 이용규가 외야수비를 할 수 있느냐가 키가 될 것 같은데요.

“이용규는 일본에서 재활훈련 중인데 트레이너 쪽에서 들어오는 소식을 볼 때 희망적이라고는 해. 개막부터 스타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키는, 마…. 수두룩하게 많아요. 허허. 선수들을 봐야 무슨 스케줄을 잡는데, 요즘 매일 책상 앞에 앉아만 있어. 어제도 새벽 2시까지…. 덕분에 열심히 공부는 해요. 공부는 하는데 답이 안 나와서 그렇지.”


-외국인타자 나이저 모건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뽑았습니까.

“수비범위가 되게 넓어. 성격도 밝아. 우리 팀에 이런 아이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 어떻게 보면 정근우 스타일 아닌가 싶고. 정근우도 혼자 있으니까 기가 죽어가고 있어. 모건이 오니 짝을 만났지. 키도 비슷할 거야. 허허.”


-모건은 중견수로 들어가나요.

“센터로 가야지. 2013년에 일본 요코하마에 있었어. 미국에서는 문제아였다고 하던데 요코하마 관계자한테 물어보니 성실하다고 평가하더라고. 코치들이 좋아하고, 인기도 있고. 방망이는 일본(2013년)에서 2할9푼5리(0.294)인가? 타점도 50개, 홈런도 11개 쳤는데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치지 않을까 싶어. 대형타자는 아니야. 우리가 필요한 수비하고 기동력이 되는 선수지.”


-그럼 이용규는 우익수로?

“라이트. 대표팀에서 했잖아.”


-주전포수 조인성이 요즘 살 빼는 소리가 요란하다고 하던데요.

“허허. 조인성이 작년 가을캠프 때 열심히 했어. 지금 우리 팀에서 베스트는 조인성이 6번 치면 좋아. 만약 8번 가더라도 홈런 30개, 3할, 타점 80개 정도 치면 좋지.”


-나이가 마흔인데 홈런 30개요?

“LG 있을 때 했잖아(2010년 28홈런). 해줘야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해줘야지. 수비뿐만 아니라 방망이도 기대하고 있어. 열심히 하니까.”


-센터라인을 생각한다면 2루수에는 정근우가 있지만. 호흡 맞출 유격수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권용관. KBO에 물어보니까 현재 신분은 적(팀)이 없으면 프로야구 선수 아니니까 훈련해도 된다고 하더라고. 서산에서 훈련 열심히 해. 유격수는 수비가 중요한데 권용관이 그만한 건 아직 갖고 있지 않나 싶더라고.”


-강경학이라는 유망주도 있지 않습니까.

“강경학도 많이 늘었어. 좀 근성이 있더라고. 권용관이 2루수도 되고, 3루수도 되고, 올라운드 플레이어잖아. 강경학도 유격수로 써 봐야지.”


-3루수에 송광민과 김회성이 경쟁하는가요?

“송광민이 팔꿈치가 아파서 가을캠프 때 펑고를 한 번도 안 받아봤으니까 어느 정도 하는 선수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 작년 TV로 중계방송 봤을 때는 스타트가 좀 늦고 송구도 조금 불안하지 않나 싶어. 김회성은 재목인데, 내가 볼 때 하체가 길어 내야수로는 자세가 좀 높지 않나 싶어. 보니까 착하더라고. 근성 만들려고 펑고를 쳤는데 유일하게 1000개 받은 친구가 이 친구야.”


-기동력도 문제인데요. SK 감독 시절엔 빠른 야구로 상대를 압박하고 괴롭히지 않았습니까. 작년 팀도루는 70개였습니다.

“우리 팀에도 빠른 아이들 몇 명 있는데, 거의 2군 클래스야. 아니면 3군. 방망이가 괜찮으면 수비가 안 되고, 수비가 되면 방망이가 안 되고. 양수겸장이 없어. 어쨌든 그 친구들 중에 빠른 선수 몇 명 캠프에 데리고 갈 생각이야. 대주자로 쓰든, 수비요원으로 쓰든….”


-왜 김태균에게 주장을 맡기셨습니까.

“별 말 안 했어. 주장 하라고 하고 끝냈지. 다른 선수들이 보고 따라가라고. 본인한테 30개(홈런). 3할3푼(타율), 120개(타점) 얘기했어. 공 맞히는 요령은 갖고 있잖아. 홈런은 몸의 스피드야. 스피드 내기 위해서는 하체를 만들고 살 빼라고 했어.”


-우승을 목표로 잡으셨습니다.

“연말에 20명 가까이 자진해서 해외 나가서 몸 만들고 있다고 하고, 대전이나 서산에서도 열심히들 하고 있으니까. 의식 변화가 되고 있지 않나 싶어. 팀에서 제일 나쁜 건, 감독이 포기하기 전에 선수가 먼저 포기하는 게 제일 겁이 나는 거라고. 내가 어떻게 덤벼들어 만들어가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봐.”


-제자 감독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KIA 김기태 감독도 제자고요.

“내가 위고, 상대가 밑이다? 그런 의식 없어. 승부에서는 1대1이지. 운동장 떠나면 스승이고 제자지만 승부 속에서는 상대 벤치일 뿐이지.”


-한화 팬들의 기대가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피부에 와 닿는지요.

“와 닿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이런 말 하는 것이 결례인지 몰라도, 솔직히 감독하고 나서 충청도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어. 사람들이 나를 보면 ‘한화팬입니다’, ‘저 공주입니다’, ‘저 부여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인사들을 해. 대단한 분들이구나 싶어. 그런 인사를 받을 때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게 되더라고. 책임감보다는 사명감이랄까….”


-그런 한화팬들에게 새해 한 말씀 해주시죠.

“서로 시즌 전에 갖고 있는 이 희망이 실현될 될 수 있도록 전력투구를 하겠습니다.”

한화를 수렁에서 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사령탑에 부임한 김성근 감독은 “희망과 불안 속에 새해가 시작된다. 시즌 전에 갖고 있는 희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한화 김성근 감독은?


▲생년월일=1942년 12월13일(만 73세)

▲출생지=일본 교토

▲출신교=일본 가쓰라고교∼동아대학교(중퇴·2011년 명예졸업)

▲선수경력=일본 교토 상호차량(1960년)∼교통부(1960∼1961년)∼기업은행(1962∼1968년)

▲지도자경력(아마추어)=마산상고 감독(1969∼1970년)∼기업은행 감독(1972∼1975년)∼충암고 감독(1976∼1979년)∼신일고 감독(1979∼1981년)

▲지도자경력(프로 출범 이후)=OB 코치(1982∼1983년)∼OB 감독(1984∼1988년)∼태평양 감독(1989∼1990년)∼삼성 감독(1991∼1992년)∼해태 2군감독(1994∼1995년)∼쌍방울 감독(1996∼1999년 7월)∼삼성 2군감독(2000년)∼LG 2군감독 및 1군감독대행(2001년)∼LG 감독(2002년)∼일본 지바롯데 코치(2005∼2006년)∼SK 감독(2007∼2011년 8월)∼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2012∼2014년 9월)∼한화 감독(2015년∼)

▲프로감독 통산성적=2327경기 1234승57무1036패(승률 0.544)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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