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소총의 샛별’ 김설아(kt 입단 예정)가 지난해 9월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 앞서 사격 준비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바라는 대로 이뤄지는 새해 노트의 마법
올해 사격월드컵 등 구체적 목표로 빼곡
한국사격에선 진종오(36·kt)의 등장 이후 권총이 대표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세계사격선수권대회와 인천아시안게임에선 여자 소총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정미라(28·화성시청)-유서영(20·한체대)-김설아(19·봉림고)로 구성된 여자 50m 소총 3자세 대표팀은 세계선수권 출전 사상 이 종목에서 최초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진 아시안게임에서도 3총사는 은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김설아는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10m 공기소총 단체전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해 2배의 기쁨을 누렸다. 사격계에선 올림픽에서 이 종목 최초로 메달 도전이 가능한 유망주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소총 3자세 입문 2년, 미완의 대기가 싹을 틔우다!
김설아의 성장세는 놀랍다. 공기소총 전문선수로 활약하다 고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화약총(50m)에 입문했으니, 경력은 겨우 2년에 불과하다. 여자 50m 소총 3자세는 공기소총과는 달리 선수 육성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거리가 먼 데다 장비도 많고, 3가지 자세를 모두 숙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은 “최소 4∼5년 정도는 잡아야 좋은 선수를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설아는 타고난 감각과 부단한 노력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그녀는 “공기총을 쏠 때는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좌절감을 느낀 적도 있다. 하지만 화약총은 솔직히 어렵다고 느낄 기회가 없었다. 아직은 즐기면서 배워가는 단계다. 화약총에 대해 자유롭게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 kt 사격단 입단, 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차영철 감독과 호흡
2월 봉림고를 졸업하는 김설아는 kt에 입단해 한 단계 도약을 모색한다. kt를 선택한 이유는 차영철(56) 감독과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차 감독은 1988서울올림픽 남자 50m 소총 복사 은메달리스트로, 화약총의 베테랑 지도자로 꼽힌다. 김설아는 조만간 kt에 합류해 창원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차 감독은 “보통 3자세에선 입사가 가장 어렵다. 하지만 김설아가 3자세(입사·슬사·복사) 중 입사에 강한 반면 복사에 약점이 있다. 복사를 보완하고 경험을 더 쌓는다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빛날 수 있는 재목”이라고 평가했다.
● ‘새해 노트’의 마법? 올해 목표는 올림픽 쿼터 획득
명확한 목표의식은 그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김설아는 매년 1월을 맞을 때마다 수첩을 산 뒤, 새해 포부와 구체적 과제들을 적어놓는다. 이를 창문이나 거울에 붙여놓고 나태해질 때마다 수시로 살펴보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고교 진학 시점에선 ‘국내대회 개인전 메달’이 목표였고, 고교 2학년이 될 때는 ‘국가대표’가 새해 희망이었다. 그녀의 수첩은 상상한대로 이뤄지는 마법의 책이다. 김설아는 “비록 고2 때 태극마크를 달진 못했지만, 고3 때 국가대표가 돼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땄다. 꿈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언젠간 현실이 되는 것 같다. 올해는 사격월드컵대회에서 올림픽 쿼터를 따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