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다저스가 앤더슨을 잡은 이유는 ‘땅볼유도’

입력 2015-01-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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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앤더슨.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브렛 앤더슨.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1년 1000만달러+보너스 최대 400만달러
잦은 부상 불구 뛰어난 방어율…특급 대우
물샐 틈 없는 LAD 내야진 ‘땅볼유도’ 기대

LA 다저스가 5선발로 영입한 좌완투수 브렛 앤더슨(25)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밝혀졌다. 당초 알려진 대로 1년 1000만 달러(사이닝 보너스 500만 달러)에 투구 이닝에 따른 보너스로 최대 400만 달러까지 추가되는 조건이다. 150이닝부터 5이닝이 추가될 때마다 30만 달러, 160이닝부터 5이닝이 추가될 때마다 35만 달러, 180이닝부터 5이닝이 추가될 때마다 40만 달러씩을 더 받을 수 있는 독특한 조건이다.

이처럼 이닝에 따른 보너스를 내 건 것은 앤더슨의 잦은 부상 경력 때문이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애리조나 디백스에 지명됐던 그는 이듬해 12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트레이드 상대는 바로 지난해 다저스의 4선발을 맡았던 댄 해런이었다.

앤더슨은 루키 시즌이던 2009년 30경기에 선발출전해 175.1이닝을 던져 11승11패(방어율 4.06)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19경기에서 112.1이닝을 소화하며 7승(6패)을 올리는데 그쳤지만 2.80의 뛰어난 방어율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후 4년 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도합 206.1이닝을 던졌을 정도로 ‘유리몸’이라는 달갑지 않은 닉네임을 지녔다. 그렇다면 파르한 자이디 단장이 앤더슨에게 초특급 대우를 하며 영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에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난 좌완 투수라는 점이 자이디 단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저스는 오프 시즌 동안 핸리 라미레스가 FA로 팀을 떠났고, 맷 켐프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했다. 오른손 거포를 두 명이나 잃었지만 유격수 지미 롤린스와 2루수 하위 켄드릭을 영입해 수비를 보강했다. 새로운 키스톤 콤비에 1루수 아드리안 곤살레스와 3루수 후안 우리베로 이어지는 내야 수비는 물 샐 틈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야 수비가 크게 강화된 만큼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이 뛰어난 투수가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비롯해 잭 그레인키와 류현진의 땅볼 유도 비율은 47%∼50%로 준수한 편이다. 4년 4800만 달러의 조건으로 영입한 4선발 브랜든 매카시는 지난해 생애 최고인 52.6%의 땅볼 유도 비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앤더슨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최근 2년 동안 땅볼 유도 비율이 무려 61%나 됐기 때문이다. 빅리그 6년 평균을 따져도 55.4%에 달한다.

따라서 앤더슨이 큰 부상 없이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굳건히 지켜만 준다면 단단한 내야 수비의 덕을 입어 메이저리그 최강의 5선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게 자이디 단장의 신념이다.

또한 지난 시즌 다저스가 폴 마홀름에게 5선발과 롱 릴리프를 맡겼던 것처럼 앤더슨이 ‘스윙맨’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62경기나 치르는 빡빡한 정규시즌 일정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4명의 선발만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앤더슨을 구원 투수로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가 등판할 때 뛰어난 땅볼 유도 능력을 앞세워 위기 상황을 벗어날 공산이 크다는 계산이다.

스몰 마켓 구단에서는 1, 2선발급에 해당하는 1000만 달러라는 높은 연봉을 앤더슨에게 안긴 자이디 단장의 도박은 과연 어떤 결과로 판명될까.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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