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장애인체전 MVP 박승호 ‘감동의 메아리’

입력 2015-02-16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승호가 12일 끝난 제1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스포츠토토 후원)과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그는 3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러시아 한티만시스크에서 열리는 동계농아인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알파인 2관왕…청각 장애 선수 첫 MVP
특수학교 메아리학교서 처음 스키 접해
김진영 코치 “선수들 ‘실미도’처럼 훈련”

12일 끝난 제12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선 청각장애 선수 최초의 최우수선수(MVP)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알파인스키 회전·대회전에서 2관왕에 오른 박승호(28·울산)다. 박승호는 현재 울산의 청각 장애·지체 장애 특수학교인 메아리학교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귀는 소리를 듣는 역할 뿐만 아니라 몸의 평형감각까지 담당한다. 귀의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다면 몸의 중심을 잡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청각장애 스키 선수들 역시 이 점 때문에 설원 위에서 애를 먹는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다보면 온 몸은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다. 박승호도 그런 힘겨운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박승호의 금빛 질주 뒤엔 김진영(46) 코치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김 코치는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아마추어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한 실력자다. 원래 화물 트럭 운전기사로 일하던 그는 2007년 겨울 지인의 소개로 메아리학교 학생들을 만났다. 그때 박승호도 스키에 입문했다. 김 코치는 “처음엔 그냥 잠시 가르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점점 책임감이 생겨 장애학생들을 떠날 수 없었다. 하계에는 덤프트럭으로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생계를 유지했고, 동계에는 다시 메아리학교를 찾았다. 경남 양산 에덴밸리 스키장 근처의 단칸방에서 선수들과 숙식을 해결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김 코치는 선수들의 평형감각을 키워주기 위해 특별한 담금질 방법을 고안했다. 원통 위에 판자를 놓고, 그 위에 올라가 몸의 균형을 잡는 훈련을 실시했다. 짐볼 위에서 몸을 가누기도 했다. 김 코치는 “영화 실미도의 지옥훈련 과정처럼 처음엔 어려워했던 자세들도 나중엔 편안하게 잘 소화하게 됐다”며 웃었다. 결국 선수들은 미끄러운 설원 위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박승호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 스키의 1인자로 꼽히는 정수환 역시 메아리학교 소속이다.

박승호는 3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러시아 한티만시스크에서 열리는 동계농아인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아직은 세계 수준과 격차가 크지만, 출전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장애인스키 지도자’라는 미래의 꿈에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