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A구단 경영진은 긴급회의를 갖고 팀당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2015시즌 우승을 위해서는 선발 보강이 매우 급하다고 판단해 볼티모어에 100만 달러의 트레이드 머니와 함께 윤석민(29·볼티모어·사진) 영입을 제안했다. 2016시즌까지 연평균 180만 달러의 보장연봉이 남아있는 볼티모어는 두 팔 벌려 환영하며 현금 트레이드를 결정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의 2015시즌 선수등록 마감은 1월31일이었지만 윤석민은 FA(프리에이전트) 신분이기 때문에 A팀과 계약을 맺은 후 개막전부터 정상 출격한다.
가상 시나리오지만 단 한번도 다승 1위 등 리그를 압도적으로 지배한 적이 없는 선발투수에게 4년 84억 원의 계약을 안기는 KBO 시장 환경을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 법한 트레이드 시도다. 윤석민이 최근 몇 해 부진했지만 그동안 쌓은 커리어를 생각하면 트레이드 머니 100만 달러는 결코 과하지 않다. 볼티모어 입장에서도 잔여 보장 연봉도 줄이고 100만 달러도 챙길 수 있다면 일석이조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시나리오는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이는 불가능하다. KBO는 “KBO와 MLB는 야구협정에서 선수 대 선수, 그리고 현금 등 모든 트레이드는 할 수 없다고 합의했다. 서로의 리그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복잡한 사안을 피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다”고 설명했다.
물론 편법은 가능하다. 국내 구단이 선수와 계약에 합의한 후 볼티모어에 방출을 대가로 이적료를 지급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1990년대 말 일부 국내 구단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있는 선수 몇몇에게 이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기도 했다. 임창용(39·삼성)도 지난해 시카고 컵스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가 마이너리그행을 지시받은 뒤 방출 절차를 밟고 시즌 개막을 앞두고 삼성에 입단했다(삼성은 공식적으로는 컵스 구단에 임창용 방출을 대가로 이적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편법이지만 이는 윤석민이 국내로 돌아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 단 KBO리그로 복귀하겠다는 본인의 결심이 있어야 한다.
윤석민은 지난해 ‘돈 보다는 꿈이 우선이다’는 소신으로 미국행을 택했다. 아직 메이저리그 마운드라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스스로도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겨울 동안 오랜 시간 공들여 몸을 만들었다.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 자신 있게 공을 던지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국내보다 훨씬 더 냉정한 세계다. 볼티모어의 스프링캠프지인 플로리다에서 훈련을 해온 윤석민도 끝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조차 초청하지 않은 팀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는 차치하고, 자신이 준비해온 것을 보여줄 기회조차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에이전트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시설로 가서 훈련하고 있다.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세부 계약 내용이 외부에 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이너리그 캠프도 아닌 다른 데서 훈련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볼티모어와 결별 수순의 첫 단계로 전망하는 시선도 많다. 그러나 볼티모어가 끝가지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키지 않고 마이너리그에 방치할 경우 윤석민 스스로는 내년 가을까지 아무런 선택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설사 윤석민이 볼티모어 구단에 계약해지를 통한 방출을 요청해도 볼티모어가 들어줘야 가능한 일이다. 과연 윤석민은 어디로 가야할까.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