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D-트레인’ 윌리스, 33세에 현역 은퇴

입력 2015-03-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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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2003년 NL 신인왕·2005년 22승 다승1위
강속구투수불구 컨트롤까지 뛰어났던 천재
초년병시절 무리한 등판 희생양…결국 은퇴

‘D-트레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돈트렐 윌리스(33)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03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하며 플로리다 말린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윌리스는 데뷔 후 첫 5년 동안 68승을 따냈다. 전성기 시절 오른발을 하늘로 높이 치켜들며 온 몸을 꼬아 던지는 불같은 강속구에 타자들은 제대로 스윙도 하지 못하고 혀를 내두르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고작 4승만을 추가해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윌리스는 2003년 2003년 5월10일 빅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팬들에게 윌리스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경기는 6월 17일 열린 뉴욕 메츠전이었다. 상대투수는 자신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백전노장 톰 글래빈. 이 경기에서 윌리스는 안타와 볼넷을 각각 한 개씩만 허용하며 1-0 완봉승을 거뒀다. 6월에 등판한 5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방어율 1.04를 기록한 그는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로 선정됐다. 루키가 이달의 투수로 뽑힌 것은 1995년 노모 히데오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반기 13경기에 출전해 거둔 성적은 9승1패(방어율 2.08). 부상을 입은 LA 다저스의 케빈 브라운 대신 올스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7월 31일에는 애리조나 디백스의 랜디 존슨과의 선발 대결에서 승리를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그의 최전성기는 2005년이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무려 13승(4패)이나 따내며 실력으로 별들의 잔치에 이름을 올렸다. 후반기에도 ‘D-트레인’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22승10패(방어율 2.63)로 다승 1위를 차지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크리스 카펜터(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2005년부터 3년 동안 무려 665이닝을 던진 게 화근이 됐다. 2007년 10승을 따내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지만 방어율이 5.71로 치솟았다. 어깨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간파한 말린스는 미겔 카브레라와 함께 윌리스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전격 트레이드시켰다.

타이거스는 3년(200∼2010년) 29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하며 극진한 대접을 했지만 윌리스는 이 기간에 고작 3승만을 거뒀다. 1승당 967만 달러를 쓴 꼴이었다. 결국 2010년 6월 2일 애리조나 디백스로 트레이드되면서 저니맨 생활이 시작됐다. 신시내티 레즈∼필라델피아 필리스∼볼티모어 오리올스∼시카고 컵스∼LA 에인절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전전했다. 그러나 대부분 마이너리그에서 머물고 말았다.

올해 1월 22일 윌리스는 밀워키 브루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고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의욕을 불태우며 스프링캠프에 나섰지만 그의 도전은 두 달이 채 되지 못해 막을 내리고 말았다. 3월 14일 윌리스는 33살의 젊은 나이에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윌리스가 9년 동안 거둔 성적은 72승69패(방어율 4.17). 독특한 투구 동작과 초년병 시절 무리한 등판이 천재 투수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말았다.

윌리스는 타격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200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 선발로 출격한 그는 5.1이닝 5실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타석에서는 3타수3안타로 펄펄 날아 팀의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이듬해에는 7타수7안타로 시즌을 출발하며 팬들을 경악시켰다. 2005년에는 무려 24개의 안타를 뽑아내 타율 0.261에 11타점을 뽑아냈다. 특히 9월 23일 메츠전에서는 7번타자로 나설 정도로 타격 실력은 군계일학이었다.

데뷔 후 3년 연속 홈런 1개씩을 때렸던 윌리스의 거포 본능은 2006년에 발휘됐다. 7월 8일 메츠전에서 고인이 된 호세 리마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뿜어냈고, 9월 21일에 열린 메츠전에서는 올리베르 페레스와 로베르토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홈런 1방씩을 터뜨렸다. 그의 통산타율은 0.244(389타수 95안타). 홈런 9개를 친 것도 대단하지만 2루타 13개와 3루타를 6개나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타격감을 자랑하며 팬들에게 어필했다.

1990년 데이브 스튜어트 이후 15년 만에 흑인으로서 20승 고지를 돌파했던 천재 투수 윌리스가 이제 작별을 고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투수가 아닌 타자로서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한다는 소식을 간절히 바랄지도 모른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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