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 제3편]필리핀 북부의 ‘작은 스페인’ 비간

입력 2015-04-13 2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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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비간. 모두투어 제공

필리핀 비간. 모두투어 제공

《필리핀 여행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보라카이, 세부와 같은 월드클래스급의 유명한 휴양지들이다. 하지만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은 따로 있는 법! 중세 라틴 마을의 로맨틱한 풍경과 오염되지 않은 필리핀 북부의 바다를 보며 온전한 휴식을 맛볼 수 있는 곳, 필리핀 북부 일로코스로 떠난다.》


비간

-16세기 라틴 마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7월 4일생’의 배경으로 많이 알려진 비간은 마닐라에서 버스로 약 9~10시간, 라왁에서는 약 2~3시간 이상의 거리에 위치한다. 과거 스페인 점령 시절의 소소한 모습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곳은 아이러니하게도‘헤리티지 빌리지’라는 이름으로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폭격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일본군이 철수함으로써 마을 주민 전체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아슬아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필리핀 비간. 모두투어 제공

필리핀 비간. 모두투어 제공

라왁에서 중세 스페인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면, 비간에서는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특히 16세기 스페인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도심의 크리솔로고 거리는 사람만 빼고 모두 스페인의 것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닮아 있다. 자갈로 포장된 좁은 거리를 따라 길게 늘어선 건물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새기고 있다. 낡고 닳아서 더 꾸밈없고 아름다운 건물들은 때때로 손을 보지 않아도 괜찮을지 걱정이 되지만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은 마냥 여유롭다. 빼곡하게 들어선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 숙박업소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아온다. 어둠이 내리면 거리는 더욱 활기를 띤다. 거리의 곳곳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이 더욱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며 라틴 마을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거리에 모여든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사진 촬영 시간이다. 곳곳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늦은 밤까지 이어지며 비간의 밤을 채워 간다.

필리핀 비간. 모두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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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간과 가장 어울리는 여행, 도시 탐방
비간 여행의 매력은 단순하지만 발길 닿는 대로 다니면서 마을을 구경하는 것에 있다.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이미 정해진 여행 코스를 찾아다니는 것 보다 산책하듯 걸으며 비간을 호흡하는 것이 이곳 여행의 숨은 포인트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도심을 걸을 때는 골목골목마다 매번 다른 풍경이 기다린다. 같은 골목 내에도 조금씩 다른 양식의 건물이 공존한다. 400년 동안 이어진 시간이니 그럴 만도 하다. 종종 동양적인 모습도 눈에 띈다. 중국의 영향도 많이 받은 탓에 동서양의 양식이 혼합되었기 때문이다. 고풍스러운 풍경을 감상하며 오래된 거리가 전해 주는 비간의 소리를 듣는 것. 여행은 과거의 시간 속으로 향했다.

이륜마차인 칼레사를 타고 도시의 외곽도 잠시 돌아볼 수 있다. 비간 여행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성어거스틴 성당과 종탑에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비간 시티에 붙어 있는 반타이 시티에 자리하고 있어 반타이 성당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성당은 1530년에 만들어졌다. 일로코스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언덕 위의 반타이 종탑에 올라가면 비간의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데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망루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반타이란 말은 영어로 경호, 감시와 같은 뜻의‘Guard’를 의미한다고 한다.

필리핀 비간. 모두투어 제공

필리핀 비간. 모두투어 제공

작은 도시지만 도시 탐방을 하다 보면 휴식이 필요하다. 시내에는 부르고스 광장과 살세도 광장 같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아이들이 뛰어논다. 운동장에는 하루 일과를 마친 직장인들이 농구 경기에 빠져 있다. 공원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길거리 음식의 달콤한 냄새와 함께 비간의 하루가 다시 저물어 간다. 도시는 역사가 남겨 놓은 빛바랜 흔적에 다시 조명을 비추고 라틴 마을의 향기를 뿜어낸다. 비간으로 온 이유가 조심스럽게 설명된다.


Tip
1. 마닐라에서 라왁으로 떠나는 두 가지 방법!

필리핀 로컬 항공사인 필리핀에어라인과 세부퍼시픽에서 1일 1~2회 마닐라와 라왁 사이를 운행한다. 또한 마닐라에서 라왁까지 버스로도 이동할 수 있다. 지독한 마닐라의 교통 체증을 빠져 나오는 것이 관건이지만 대략 10~12시간이 걸린다.


2. 일로코스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들
파굿풋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피낙벳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주라고 부르는 암팔라야와 가지와 비슷하게 생긴 따롱을 주재료로 볶아서 만드는 요리인 피낙벳은 씁쓰름한 맛 때문에 처음엔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건강에 좋기로 소문난 음식이다. 비간의 대표적인 음식은 바그넷과 롱가니사. 바그넷은 우리의 삼겹살과 비슷하지만 굽지 않고 기름에 튀겨낸 요리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롱가니사는 필리핀을 대표하는 명물 소시지로 닭고기, 소고기, 참치 등을 섞어서 만든 것이다. 피노이들의 아침 식사로 인기 있는 음식이다. 이외에도 엠파나다역시 이곳에서 맛 볼 수 있다. 엠파나다는 스페인식 파이 요리로 고기, 채소, 삶은 계란 등을 갈아 속을 넣고 튀김옷을 입혀서 튀겨낸 요리다. 열거한 음식들은 필리핀의 다른 지역에서는 다소 찾아보기 힘든 음식들로 일로코스에서 생산되는 대표 농산물들이 주재료로 사용된다.

필리핀 비간. 모두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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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정리=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자료제공: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취재·사진=김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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