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사직에서 벤치클리어링으로 껄끄러운 관계를 맺은 롯데와 한화가 장소를 대전으로 옮겨 1∼3일 맞붙는다. 12일 롯데 황재균의 사구로 촉발된 빈볼 시비로 양 팀 선수들이 마운드로 나와 엉켜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4월 빈볼 사태도 해묵은 감정 폭발 원인
“너희에겐 절대 지지 않겠다”…오늘 첫판
롯데와 한화가 다시 붙는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롯데와 김성근 한화 감독이 4월 12일 사직 빈볼사태 이후 재회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무대가 대전으로 옮겨진다. 약 20일의 냉각기를 거쳤고, 표면적으로는 어느 쪽도 확전을 원치 않는 듯하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선 ‘너희에게는 절대 지지 않겠다’는 결의가 오히려 견고해졌다. 온 야구계의 시선이 1∼3일 대전으로 쏠리고 있다.
빈볼 또는 위협구는 야구의 일부다. 그러나 4월 12일 경기 직후 롯데 이종운 감독은 “우리는 알고 있다.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앞으로 우리 선수를 가해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폭탄발언을 해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에 대해 당시 한화 구단 관계자는 “롯데가 김성근 감독이 지시했다고 믿는 것 같은데 어떤 근거가 있느냐? 공식대응을 하려다 참았다”고 말했다.
롯데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그냥 지나갈 법한 일이 이렇게 커진 데는 롯데가 김 감독에게 쌓인 것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4·12사태’도 그 전날 경기 직후 한화 김태균과 롯데 최준석 사이의 ‘언쟁’에서 드러나듯 언제든 점화될 사안이었다.
김 감독이 2007년 SK 사령탑이 된 뒤 롯데는 SK에 2009년 15연패, 2010년 11연패를 당했다. 이 와중에 2009년 4월 문학에서 조성환이 사구에 얼굴을 맞아 실려 나가는 큰 사고가 터졌다. 김 감독이 직접 조성환의 병실을 찾아가는 성의를 보였지만, SK 박재홍이 롯데 김일엽의 몸쪽 볼에 흥분해 벤치 클리어링이 빚어지면서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았다. 충돌 과정에서 박재홍이 롯데 공필성 코치에게 욕설을 했는지를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자, 부산 민심은 불타올랐다.
이런 기류 속에 SK는 2009년 5월초 사직에 입성했다. SK는 롯데에 강력한 보안을 요청했으나, 성난 부산 민심 앞에 소용없었다. SK는 박재홍이 공 코치에게 사과하는 장면을 외부에 공개하고 싶어 했지만, 당시 롯데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는 사과만 받고 공개는 거절했다. 관중이 장난감 칼을 들고 난입하는 ‘롯데 검’ 사건이 터졌고, 일부 팬들이 SK 버스를 파손하고 숙소까지 찾아오는 살벌한 상황이 거듭됐다.
당시 롯데 투수는 박재홍에게 몸쪽 위협구를 4번이나 던졌는데 맞히지 못했다. 롯데는 2010년 5월 11연패를 당하는 와중에도 정근우(현 한화)에게 연속 빈볼을 던졌다. 당시 모 투수는 위협구를 던진 뒤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뒤 다시 던져 기어코 정근우를 맞혀 SK는 더욱 격앙됐다.
김 감독이 롯데 구단에 사과하고 ‘진의가 잘못 알려졌다’고 강변했으나, 2010년 6월의 ‘롯데 모래알’ 발언도 롯데에는 앙금으로 남았다. 김 감독이 현장에 컴백하고 처음 충돌한 팀이 롯데였다는 것을 마냥 우연으로만 볼 일은 아닌 이유다. 이종운 감독은 이후 발언을 자제했지만, 초보 감독으로서 팀의 결속이라는 효과를 봤다. 한화 역시 더 단단해졌다.
표면적으로 두 팀은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승부에서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하기에 오직 승리로 말하려 한다. 이번 주말,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매니 파퀴아오만 격돌하는 것이 아니다. 롯데 대 김성근. 첨예하고, 치열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