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 스포츠동아DB
2009년에도 4월 극심한 부진 딛고 개인 최고 타율 이뤄내
홍성흔의 반등을 믿는 두산의 믿음과 기다림
“가장이 야구를 잘해야 가정이 행복한데….”
5월은 가정의 달. 그러나 두산 홍성흔(39)은 아직 험난한 4월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요즘 우리 딸과 아들이 야구를 잘 안 본다. 아빠가 야구를 못 해서 그런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올 시즌 초반 성적이 눈에 띄게 안 좋아서다. 그는 5일까지 타율 0.242(95타수 23안타)에 1홈런 12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값과 저력에는 확실히 못 미친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한동안 4번타자의 중책까지 맡아야 했다. 퇴출된 외국인타자 잭 루츠가 툭하면 부상을 핑계로 출장을 거부하면서 홍성흔이 대신 짐을 짊어졌다. 홍성흔은 “4번에서 잘 못 치면서 2일(대구 삼성전)에는 6번으로 내려갔는데, 하필이면 그 경기에서도 득점 기회가 내 앞으로만 오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5일 잠실 LG전에서는 2-2로 맞선 5회 무사 1·2루서 희생번트까지 댔다.
그러나 두산은 여전히 홍성흔에게 믿음을 보내고 있다. 언제든 다시 일어설 타자라는 신뢰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홍성흔 스스로도 이미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을 딛고 일어선 경험이 있다. 롯데 이적 첫 해였던 2009년 그의 4월 타율은 0.226(62타수 14안타)에 불과했다. 홍성흥은 “그때가 아마 최악의 4월이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런 그가 5월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5월 타율 0.467, 6월 타율 0.351, 7월 타율 0.400, 8월 타율 0.431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해 최종 타율 0.371로 타격 2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홍성흔의 시즌 최고 타율이다.
올해도 반등의 조짐은 보인다. 홍성흔은 6일 잠실 LG전에 6번 지명타자로 출장해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5회 2사 만루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트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모처럼 1루를 밟고 기분 좋게 포효했다. 조금씩 진짜 홍성흔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2안타를 치면서 타율도 0.253으로 한 계단 올랐다. 그는 “이렇게 잘 안 풀릴 때는 무엇을 해봐도 답이 없다. 그저 마음을 다스리며 노력을 계속 해나갈 뿐”이라며 부진 탈출을 거듭 다짐했다. 두산 역시 홍성흔의 ‘어게인 2009’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