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가치를 아는 수원삼성

입력 2015-05-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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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창단 20주년 맞아 창단 당시 유니폼 복원 판매
타팀들 연고지 이전 등 역사 단절 흐름과 대비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이상 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인정받는 ‘명문구단’이다. 단순히 스타플레이어가 많고 전력이 강한 팀에 ‘명문구단’이라는 수식어가 따르지는 않는다. 명문구단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바로 역사와 전통이다. 창단 이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과거 어떤 스타플레이어와 감독들이 발자취를 남겼는지, 그 안에서 어떤 전통을 만들어왔는지 등 역사에 주목한다.

국내 프로스포츠 전 종목에 걸쳐 많은 팀들이 ‘명문’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장의 성적만큼이나 구단의 역사와 전통을 강조하는 구단은 많지 않다. 이 가운데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은 올 시즌 창단 20주년을 맞아 역사와 전통에 무게를 둔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8일 수원은 창단 20주년을 맞아 창단 당시 유니폼 디자인을 복원한 레트로 유니폼을 판매했다. 수원이 한정 제작한 레트로 유니폼 1995장(홈 1500벌·원정 495벌)은 구단 쇼핑몰을 통해 판매 개시 3분여 만에 모두 팔렸다. 프로야구를 제외한다면 유니폼 시장이 크지 않은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이와 같은 구매 열기는 이례적이다. 구단의 역사를 담겠다는 수원의 의도와 팬들의 마음이 통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원월드컵경기장 2층 출입구 기둥에는 구단의 역사를 빛내온 선수, 코칭스태프의 사진이 붙어있다. 해당 인물이 수원에서 뛴 기간과 간략한 활약상도 기재돼 있다. 현재 수원 지휘봉을 잡고 있는 서정원 감독을 비롯해 원년 사령탑인 김호 감독, 데니스, 고종수 등 반가운 이들의 사진을 보며 수원의 발자취를 추억해볼 수 있다.

K리그에선 2002한·일월드컵 이후 많은 팀들이 유럽 클럽들의 팀 명칭을 본 따 ‘FC’, ‘유나이티드’를 붙여 팀명을 변경하는가 하면 연고지 이전을 통해 새 출발에 나섰지만, 이는 오히려 역사 단절이라는 그릇된 결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창단 2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역사를 맞이하는 수원의 움직임은 K리그의 모범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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