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최문식 “반격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입력 2015-06-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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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에 지휘봉을 잡은 대전 시티즌 최문식 감독은 K리그 클래식 순위 12위를 벗어나야 하는 목표가 있다. 결코 순탄한 길은 아니지만, 절실함을 무기로 “지금은 아파도 내일은 아니다.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대전 최문식 감독의 ‘밑그림’

기초가 없던 팀…처음 왔을 땐 막막했다
용병 영입·선수 임대 고려…팀 개편 계획
준비되고 절실함 있는 선수에 기회 줄 것
팀 의미 깨우친 아드리아노 변화 긍정적


“아∼, 자존심 상해! 진짜 열 받네!”

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수원삼성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 라커룸으로 향하던 누군가의 외마디 외침. 주인공은 대전 최문식(44) 신임 감독이었다. 공식 데뷔전 패배. 한때 최고 테크니션으로 통한 그이다. 물론 패배는 익숙지 않다. 그러나 그의 팀은 만신창이가 된 대전.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 조진호(42) 전 감독의 바통을 물려받은 최 감독이 취임한 이후에도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3무3패와 함께 시즌 전체 성적 1승5무11패(승점 8)로 꼴찌(12위)다. 당장 따라잡아야 할 11위 부산 아이파크(승점 16)와의 격차도 꽤 크다. 이대로라면 강등이 또 현실이 된다. 그래도 최 감독은 희망부터 봤다. 오히려 “제자들이 고맙고 미안하고 안쓰럽다”고 말했다. 신탄진의 대전 클럽하우스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아프니까 청춘’이란 표현대로 지금은 아파도 내일은 안 아픈 팀이 될 거다. 반격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대전은 패배가 당연한 팀인데.


“처음 왔을 때는 막막했다. 이 정도였나 싶었다. 전방압박, 차단이 전혀 안 됐다. 수비진이 한 번 흔들리면 곧장 실점이다. 밸런스와 수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팀을 맡고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겨웠는지.


“악취가 났다. 씻지 않고 외출하는 사람이 사는 느낌? 도시락만 까먹고 학교에서 잠만 자는 학생과 같았다. 팀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계획도 없고, 여기에 의문도 갖지 않았다. 가사도 모르는 가수가 생방송을 나갈 순 없지 않나? 모두가 국가대표의 꿈도 꾸고, 해외 진출도 희망했을 텐데, 가장 기초가 없었다.”


-팀 개편도 준비 중인데.


“선수단 정비는 당연하다. 용병도 살피고 있고, 일부 임대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정리도 좀 하려 한다. 어쩔 수 없다. 프로는 프로다. 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희망조차 갖지 않는 태도다. 다만 지금 밑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걸음 더 뛰고, 부딪히고, 받아치는 기미가 엿보인다.”


-비전이 무엇인가.

“그저 패하지 않으려는 축구는 안 된다. 강등 여부가 아닌, 어떻게 단계를 밟아 오르느냐가 중요하다. ‘왜 살아남았나’라는 의문을 주는 팀은 의미 없다. 시즌이 바뀌면 똑같을 뿐이다. 내 철학은 분명하다. ‘절실함이 변화를 이끈다’이다. 한 경기 이기면 3점을 준다. 절반 맞추면 1점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모여 10점, 100점을 만든다.”


-아드리아노가 변했다고 한다.

“내부 청소를 하면서, 핵심은 아드리아노의 변화였다. 미꾸라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공동체의식을 느끼게 하고, 심리 컨트롤, 동기부여를 주려 했다. 요즘 들어 웃음도, 말도 많아졌다. 혼자 하는 플레이도 많이 줄었다. ‘팀’의 의미를 알게 된 거다.”


-대전이 생존할 수 있을까.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준비자세’다. 준비는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다. 51%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성공이 그려지는 법이다. 성공하는 선수, 팀이 되려면 긍정의 마음이 모이면 된다. 난 아주 절실히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진심 어린 이 손을 뿌리치면 떠나면 된다. 다만 실력이 좀 부족해도 손을 잡으면 최선을 다해 좋은 길로 끌어줄 거다.”

대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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