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로·유희관 ‘승리의 법칙’ 닮았네

입력 2015-07-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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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판이하게 다른 유형의 두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삼성·왼쪽)와 유희관(두산)이 다승 공동선두(11승)를 달리며 동반 20승에 도전한다. 성공할 경우 투수 분업화가 정착되기 전인 1985년 김시진, 김일융(이상 삼성), 최동원(롯데) 이후 30년만이다.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 ‘극과 극’ 스타일의 두 11승 투수, 30년 만에 동반 20승 도전

강속구투수 피가로, 제구력투수 유희관
나가면 6이닝 이상…이닝이터 ‘닮은꼴’
등판할 때마다 타선도 활화산처럼 폭발
선두 다투는 삼성-두산 ‘에이스 대리전’


벌써 11승. 반환점을 돈 KBO리그에 아주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삼성 알프레도 피가로(31)와 두산 유희관(29)이 동반 20승에 도전한다.

한국프로야구에서 20승 투수가 한 해에 2명 이상 나온 시즌은 투수 분업화가 정착되기 이전인 1985년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시 삼성 김시진과 김일융이 나란히 25승, 롯데 최동원이 20승을 올린 것이 마지막이다. 심지어 1991년 이후 배출된 20승 투수는 지난해의 앤디 밴 헤켄(넥센·20승)까지 5명에 불과할 정도. 따라서 피가로와 유희관이 동시에 20승을 달성한다면 무려 30년만의 경사가 된다.

둘은 사실 전혀 다른 유형의 투수다.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피가로는 오른손으로 던지는 외국인투수이고, 유희관은 왼손으로 던지는 국내투수다. 게다가 둘의 직구 구속은 20km 이상 차이가 난다. 피가로는 150km를 훌쩍 넘는 강속구로 타자들을 압도하지만, 유희관은 130km대 초중반의 직구를 던지는 대신 제구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세부 성적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일단 둘 다 올 시즌 15경기에서 11승을 따냈다. 로테이션도 하루 간격이라 최근에는 피가로가 1승을 따내 한 발 앞서가면, 다음날 유희관이 1승을 추가해 곧바로 균형을 맞추는 일이 세 차례나 반복됐다. 승패 없이 물러나는 ‘노 디시전’ 경기가 거의 없다는 점도 비슷하다. 승수나 패수를 쌓지 못한 게임이 피가로는 1경기, 유희관은 2경기에 불과하다. 대부분 스스로의 힘으로 책임진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피가로는 전 경기, 유희관은 15경기 가운데 13경기에서 각각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총 투구이닝도 유희관이 101.2이닝, 피가로가 97.2이닝으로 막상막하다.

게다가 둘에게는 행운도 따랐다. 팀 동료들의 도움도 많이 받는다. 피가로와 유희관이 등판하는 날이면, 삼성과 두산 타선이 유독 힘을 많이 낸다. 유희관은 6.73점, 피가로는 6.54점의 득점 지원을 받아 30일 현재 다승 10위 안에 든 선발투수들 가운데 1·2위에 올라있다. 피가로가 “타자들이 초반부터 점수를 내줘서 편하게 던졌다”고 종종 얘기하고, 유희관이 “장원준 형이 나와 로테이션 순서를 바꾸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농담했던 이유다.

삼성과 두산은 치열하게 선두를 다투고 있다. 결국 양 팀 최다승 투수인 피가로와 유희관의 20승 대결은 우승 대리전이기도 하다. 과연 둘 다 웃을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둘 중 누가 꿈의 고지를 밟을 수 있을까.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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