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아빠를 부탁해’, 최악의 편성이 부른 ‘재앙’

입력 2015-07-14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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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를 시작할 때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을 비롯한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바로 '자리'다. 어느 연령대의 인구가 얼마나 돌아다니느냐에 따라 장사의 성패가 달려있는 법이라 소위 말하는 '목이 좋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한 법이다.

방송가의 프로그램들도 이처럼 목 좋은 곳에 먼저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대와 경쟁작들을 분석해 가장 시청률이 잘 나올만한 자리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해도 다른 여러 요소들에 의해 실패를 할 가능성이 있는만큼 프로그램의 아이템 못지 않게 어느 시간대에 편성을 받느냐도 못지 않게 민감한 문제로 다뤄진다.

이런 면에서 SBS '아빠를 부탁해'는 편성의 혜택을 잘 받지 못한 경우에 속한다. '부녀관계 회복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시작해 매력적인 출연자들과 에피소드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예상보다 초라한 시청률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를 부탁해'는 설 특집 파일럿 예능으로 시작했을 당시 13.5%(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 3월 정규편성이 된 후 토요일 밤 8시 45분에는 첫방송 시청률 7.0%로 산뜻한 출발을 해 경쟁사 주말 드라마에 밀렸던 주도권을 가져올 대항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수치를 과신한 탓이었을까. '아빠를 부탁해'는 묘한 강제이주를 하게 된다. 바로 가장 치열하다는 일요일 저녁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이 된 것.

당시 이 시간대에는 이미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SBS로서는 'K팝스타 시즌4'가 떠난 빈자리를 메꿀 유일한 선택이 '아빠를 부탁해'의 이동을 울며 겨자먹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예능국 관계자는 "'아빠를 부탁해' 이동을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왜 잘 굴러가는 프로그램을 굳이 이동시키느냐는 의견과 더불어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붙어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맞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시간대가 바뀌기 직전의 방송분 시청률이 7.2%였던 반면 일요일 저녁 시간대로 이동 후 첫 방송분은 4.9%의 수치를 나타낸 것. 여기에 지난 12일 방송분 시청률도 5.8%를 기록해 파일럿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부진을 겪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아빠를 부탁해’는 방송사는 다르지만, 같은 제작사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전체적인 포맷이 비슷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먼저 보던 프로그램, 즉 익숙한 프로그램에 눈이 머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새로운 시청자를 흡수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경쟁 프로그램 ‘복면가왕’까지 상승세를 타면서 ‘아빠를 부탁해’는 샌드위치 상태에 처하게 됐다.

이같은 부진에 한 방송 관계자는 "'아빠를 부탁해' 입장에서는 편성에 많은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갑작스러운 이동에 시청자들을 꽤 잃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원래 '아빠를 부탁해'가 있던 자리에서 방송 중인 '동상이몽'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며 "'아빠를 부탁해' 시간대 이동 결정은 이득이 없는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진=S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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