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카시야스에 장문의 편지 “존경스럽다”

입력 2015-07-15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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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동아닷컴]

올 여름 FC바르셀로나를 떠난 사비 에르난데스(35·알 사드)가 시기에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는 이케르 카시야스(34)에게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스페인 매체 ‘라 반구아르디아’는 15일(한국시각) 사비가 카시야스에게 남긴 편지 내용을 전했다.

이날 사비는 카시야스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글을 시작했다. 사비는 “우리는 보자마자 죽이 잘 맞았고 난 언제나 카시야스를 ‘최고의 친구’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사비는 이어 카시야스가 최근 들어 경기에 나서길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 모두 이 상황을 심사숙고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비는 지금까지 카시야스가 스페인 축구대표팀에서 얼마나 중추적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포르투로 향하는 그에게 행운을 빌어주기도 했다.

한편, 사비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을 거쳐 지난 1998-99시즌 프로에 데뷔한 뒤 17시즌간 767경기를 소화하며 팀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반면 카시야스는 라이벌 팀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 시즌 늦게 데뷔해 16시즌간 725경기를 뛰었다.

두 선수는 25년간 라이벌 팀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하면서도 절친한 관계를 이어갔고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이끌며 유로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2012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친정 팀을 떠나며 ‘원 클럽 맨’이기를 포기한 그들은 각각 포르투와 알 사드에서 남은 축구 인생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하 사비의 편지 전문◀

카시야스를 처음 만난 건 1997년, 이집트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에서였다. 우리는 보자마자 죽이 잘 맞았다. 그때 우린 그저 어렸지만 매우 닮아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놀리며 즐거워 했고 둘 다 두뇌회전이 빨랐다. 카시야스는 이후로도 변함이 없었고 누군가가 내게 그에 관해 물어보면 난 언제나 똑같이 “그는 최고의 친구”라고 답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카시야스가 팀을 떠난다는 소식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난 카시야스가 예전만큼 축구를 즐기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는 또한 고통스러워 하는 듯했고 난 우리 모두 이 상황을 심사숙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난 올해로 37세를 맞은 잔루이지 부폰을 보면서 그가 어떻게 아직까지 축구를 즐기는지 생각해봤다. 그리고는 카시야스를 봤는데 내가 느끼기에 카시야스는 최근 들어 과거에 축구를 즐겼던 모습과는 달리 매 경기에서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골키퍼인지를 증명해 보여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경기를 치르는 듯했다.

이제 그는 포르투로 향한다. 그리고 난 그가 분명 영웅 대접을 받으리라 확신한다. 스페인을 떠나는 카시야스에게 포르투는 감사할 것이다. 내 바르셀로나 시절을 생각해보면 난 이례적으로 행운아였던 것 같다. 하지만 카시야스 역시 그가 다른 이들을 대했던 것 같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어찌 카시야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게 있어서 그는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다. 얼마나 대단한 골키퍼인가, 난 카시야스만큼 반사신경이 뛰어난 골키퍼는 본 적이 없다.

카시야스는 유로2008 이탈리아와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상대의 슈팅을 막아내며 스페인의 역사를 새로 썼다. 당시 난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에게 “긴장 푸세요. 카시야스가 있잖아요. 그는 부적과도 같은 존재예요”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단지 부적이 아니라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연 로벤을 막아냈고 세비야와의 경기에서는 디에고 페로티의 슈팅을 막기도 했다. 그가 해낸 것들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카시야스는 이밖에도 수도 없이 많은 선방을 기록했다.

내가 가장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카시야스와 나는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라는 라이벌 클럽에서 뛰면서도 친분을 지속해왔다는 점이다. 카시야스는 언제나 레알 마드리드 선수였고 난 언제나 바르셀로나 선수였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부부처럼 문제를 잘 풀어나갔다.

일례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그 문제가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 카시야스는 내게 전화해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해”라고 말했다.

내게 있어서 그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다는 사실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정말 안타깝다. 그가 최고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난 그를 정말 존경하고 내 친구 카시야스가 포르투에서 맞을 새로운 장에 언제나 행운이 깃들길 바랄 뿐이다.

동아닷컴 김우수 기자 woos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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