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준호. 사진제공|와이트리 컴퍼니
김준호는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불거진 코코엔터테인먼트 파산 사태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진행 중인 법적 공방에 대해 얘기할 때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났지만 시청자에게 개그맨으로서 웃음을 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얘기할 때는 더없이 진지했다.
그는 “법원에서 파산 결정이 내려졌으니 이제부터 (문제 해결의)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라 다른 얘기를 하면 상대방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처음에는 무혐의 판결을 받으면 무고죄로 맞소송을 해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그런 생각은 버렸다”고 밝혔다.
김우종 공동 대표이사의 회사 자금 횡령 의혹으로 논란이 시작된 코코엔터테인먼트는 이후 소속 개그맨들의 계약 해지와 폐업 결정 과정에서 소액 주주들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김우종 공동대표는 별개의 횡령 사건으로 집행유예 중인 가운데 지난해 또 다시 코코엔터테인먼트의 자금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미국으로 도주한 상태다. 영주권자로 기소 중지된 상태다.
김준호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방송과 개그 콘텐츠를 벌이는 데만 신경을 써서 회사 투명성을 비롯해 내부 살림을 챙기지 못한 것은 내 탓이 크다. 무엇보다 후배 개그맨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특히 후배 개그우먼 이국주를 거론하면서 “FNC엔터테인먼트로 가기 전에 여러 번 우리 집에 찾아와 상의를 했다. 본인이 의리를 지키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은데 내가 더 미안했다. 가장 잘 나가던 시기에 그 문제가 생겨서 제대로 정산도 못해준 상태다”면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김준호는 소송과 별개로 KBS 2TV ‘개그콘서트’와 ‘해피선데이-1박2일’ 등 출연 중인 방송 활동을 유지해왔다.
그는 “‘닭치고’에서는 오히려 내가 당하고, 맞는 캐릭터여서 마음은 편했다. 하지만 ‘1박2일’은 사건이 터지고 한 달 정도 마음이 너무 힘들었는데 차태현, 김주혁 등 멤버들의 도움 덕에 버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준호는 현재 8월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부산에서 열리는 제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부코페, BICF) 준비에도 한창이다.
그는 “1, 2회는 적은 예산으로 힘들게 행사를 준비했는데 올해는 부산시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각각 3억원씩을 지원해줘서 더 많은 콘텐츠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개그맨 엄용수를 주축으로 한 코미디협회 선배 개그맨들의 공연을 비롯해 해외의 다양한 공연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김준호는 “몇 년 전에도 나는 큰 사건으로 바닥을 맛 본 사람이고, 잡초처럼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들을 웃기는 광대다. 그 마음 하나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무혐의 판결을 받으면 한화 구단 경기를 좀 마음 편하게 응원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스포츠동아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