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뮤지컬사의 명작 ‘지저스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국내 최강 가왕 라인업으로 감동을 더하고 있다. 퍼펙트한 지저스를 보여준 마이클 리, 강하면서도 유연한 고음의 유다 한지상, 카리스마를 벗어던진 마리아 이영미(맨 왼쪽부터). 사진제공|클립서비스
마이클 리의 완벽한 ‘지저스’…OST 착각
한지상 ‘수퍼스타’ 이영미 청아한 아리아
세계뮤지컬의 고전…노래만 들어도 황홀
마이클 리와 한지상, 여기에 이영미.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다 모아 놨을까. 뮤지컬판 ‘복면가왕’ 같은 게 있다면, 돌아가며 장원을 차지할만한 노래귀신들이다.
세계 뮤지컬사의 명품고전 ‘지저스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수퍼스타)’는 이들의 노래만으로도 황홀한 감상이 가능하다.
마이클 리의 ‘지저스’는 정평이 나 있다. 오디션장 밖에서 대기하던 배우들이 안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만 듣고 “OST를 틀어놨나 보다” 착각을 했다는 뒷얘기가 있을 정도로 지저스의 넘버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배우다. 관객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마저스’다.
마이클 리가 포효하는 ‘겟세마네’는 이 작품의 절정이다. 전주의 첫 음이 떨어지면 이미 객석에는 과할 정도의 긴장감이 감돈다. 이번 공연에서는 원어가사를 대폭 늘렸다. 원어의 어감과 맛, 특히 록 발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호불호가 있지만, 한국어 대사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마이클 리에게는 수혜나 다름없을 듯. 마이클 리는 미국 브로드웨이와 한국을 오가며 ‘수퍼스타’의 넘버들을 한국어보다 영어로 훨씬 더 많이 부른 배우다.
알루미늄 합금처럼 강하면서도 유연한 고음을 자랑하는 한지상은 ‘유다’다. 유다가 코러스와 함께 부르는 ‘수퍼스타’가 대표곡. ‘겟세마네’는 몰라도 ‘수퍼스타’의 멜로디는 누구나 듣는 순간 “아, 이 곡!”하게 된다. ‘어디선가 들어본 세계 3대 뮤지컬 넘버상’ 같은 게 있다면 ‘오페라의 유령’, ‘메모리(캣츠)’와 함께 ‘수퍼스타’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카리스마 여왕’ 이영미를 빼놓을 수 없다. 이영미는 마리아의 대표곡 ‘어떻게 사랑하나’를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힘을 뺀 청아한 아리아로 들려준다.
● “저 불경한 작품에 돌을 던져라” 미국 기독교계의 분노
‘수퍼스타’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까지 마지막 7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록 뮤지컬이다. 요즘에야 워낙 극단적인 해석들이 난무해 오히려 얌전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수퍼스타’가 초연된 1971년에는 파격을 넘어 과격한 해석으로 받아들여졌다. 오로지 성서의 예언을 이루기 위해 두려움과 피눈물을 삼키며 죽음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나약한 인간 예수, 스승이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신자가 되었다는 유다, 예수를 한 남자로 사랑하는 막달라 마리아.
예수는 “아버지! 내가 왜 죽어야 합니까”하며 ‘불경한’ 음악인 록의 샤우팅 창법으로 절규한다. 심지어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비틀대며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장면에서는 섹시한 여성 코러스들에게 둘러싸인 유다가 펄쩍펄쩍 무대를 날아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당시 보수적인 미국 기독교계가 “저 불경한 작품에 돌을 던져라”며 들끓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작품의 골조는 지저스와 유다의 대립이다. 모든 노래와 연기, 안무는 이 둘 간의 대립에서 변주되어 나온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자(지저스)와 타인의 꿈을 위해 파멸의 길을 걷는 자(유다). 묻고 싶다. 당신은 ‘지저스’인가 ‘유다’인가.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