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WK리그·동아시안컵 일정 충돌

입력 2015-07-28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여자축구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배려·융통성없는 여자축구연맹

한국여자축구의 2015년 상반기는 화려했다. 6월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과 함께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이제 윤덕여 감독의 여자대표팀은 또 다른 목표를 바라본다. 내년 2월 열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 예선이다. 월드컵과 달리 아시아권 올림픽 티켓은 2장에 불과하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과정이 2015동아시안컵(8월1∼9일·중국 우한)이다.

여자대표팀은 24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다. 그런데 태극낭자들은 소집 하루 만인 25일 해산했다. 27일 여자실업축구 WK리그 경기가 열린 탓이다. 선수들은 각자 소속 팀으로 돌아가 경기를 치른 뒤 28일 다시 모인다. 29일 출국해 다음달 1일 중국과의 대회 1차전까지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훈련의 연속성도 떨어지고, 부상 우려도 있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는 대한축구협회 규정을 무시한 한국여자축구연맹의 몰상식한 행정에서 비롯됐다. 축구협회는 대표팀 소집을 놓고 여자연맹과 조율했지만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 규정이다. 2014년12월29일 개정된 축구협회 <국가대표 축구단 운영규정> 제9조(선수소집 개시일)에 따르면 동아시아연맹(EAFF) 대회의 경우, 개막일 보름 전까지 소속 팀 경기 출전을 허용한다. 당연히 대회 개막 닷새를 앞두고 열린 27일 WK리그 출장은 규정에 위배된다. 여자연맹은 “월드컵으로 리그 스케줄이 바뀌었다. 동아시안컵까지 고려하기 어렵다”는 억지 논리를 내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애초에 동아시안컵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올 시즌 WK리그 일정을 짰기에 애꿎은 선수들만 피해를 입는 이해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년 전 동아시안컵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당시 대표팀도 합숙 도중 WK리그 경기에 나서 잔부상과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여자축구는 U-20여자월드컵 4강, U-17여자월드컵 우승으로 얻은 2010년의 호기를 놓쳤다. 5년 만에 다시 찾아온 르네상스를 또 한번 잃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