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잠시 탐을 냈던 디디에 드로그바(전 첼시). 몸값이 결국 걸림돌이 됐지만, 전북은 영입전쟁에서도 또 한번 ‘클래스가 다르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의향 물었지만 연봉 84억 제안에 포기
“리오넬 메시(28·아르헨티나), 디디에 드로그바(37·코트디부아르)를 데려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이 오래 전부터 종종 던진 말이다. 그런데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진심에 가까웠다. 폐장(31일)을 앞둔 여름이적시장을 알차고 또 바쁘게 보낸 전북은 정말로 특급 스타를 데려오려 했다. 최근 갑작스레 중국 갑(甲·2부) 리그 허베이 종지로 떠난 에두(브라질)의 공백을 걱정하던 시점이었다. “우리도 거물을 데려오면 어떻겠느냐”던 전북 이철근 단장의 농담이 진정으로 포장돼 전북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친정팀 첼시(잉글랜드)와 결별한 드로그바에게 의향을 물었다.
물론 전북의 야심찬 ‘특급 스타 모시기’ 대작전은 초기 단계에서 포기해야 했다. 빡빡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한 타 구단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꾸준한 투자 기조를 유지한 전북이지만 엄청난 드로그바의 몸값에 마음을 비웠다. 그가 전북에 제시한 금액은 월봉 54만 유로, 우리 돈 약 7억원이었다. 기본 연봉만 약 84억 원에 달하는데다 각종 수당과 보너스 등을 고려하면 도저히 수용 가능한 범위가 아니었다. 그래도 전북은 에두를 이적시키며 확보한 50억 원 이상의 자금에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CF 등을 더하면 어느 선까지 맞춰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잠시나마 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드로그바가 이 돈을 전부 원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어쩌면 협상을 통해 조율할 생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선수인생 황혼기로 접어든 드로그바의 차기 행선지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좁혀진 분위기인데, 여기서 받게 될 연봉은 300만∼400만 달러(약35억∼46억원) 선으로 점쳐진다.
“어차피 우리 팀에 베테랑들이 많아 양로원으로 불리는데, 나이 든 스타 한 명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던 최 감독은 “전북은 단순히 성적만 좋은 팀을 넘어 K리그에 꾸준한 화제를 양산해야 할 사명이 있다”며 밝게 웃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