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오프스피드 달인’ 유희관, 손가락의 비밀

입력 2015-07-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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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은 직구 최고 구속이 130km대 후반에 불과함에도 구속을 조절해가며 효과적으로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오프스피드 피칭’으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있다. 29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등판한 유희관의 연속 투구 장면. 스포츠동아DB

두산 유희관은 직구 최고 구속이 130km대 후반에 불과함에도 구속을 조절해가며 효과적으로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오프스피드 피칭’으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있다. 29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등판한 유희관의 연속 투구 장면. 스포츠동아DB

직구 구속 113∼133km…변화무쌍
공 놓을 때 손가락 힘 따라 구속 변화
LG 양상문 감독 “선천적 감각 가졌다”


두산 유희관(29)의 직구 스피드는 시속 130km대다. 그러나 그의 직구를 타자들은 치기 어려워한다. 같은 직구여도 구속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같은 구종을 빠르게, 또 느리게 조절하는 ‘오프스피드’의 미학으로 타자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같은 구종이어도 오프스피드를 이용해 던지면 타자들의 타격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다”며 “단, 오프스피드로 던지는 건 선천적으로 감각을 타고 나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같은 직구의 구속 차이


유희관은 29일 잠실 한화전에서 13승째(3패)를 챙겼다. 이날 그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3km, 최저 구속은 113km였다. 직구와 변화구의 구속 차이가 아니었다. 같은 직구를 무려 20km나 차이가 나게 던지면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영리한 피칭을 했다.

오프스피드를 이용하면 타자들의 체감구속이 달라진다. 유희관의 볼을 상대한 타자들은 하나 같이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은 분명 130km대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다”고 입을 모은다. 120km대 후반∼130km대 초반의 공을 치다가 136∼137km의 공을 보면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직구뿐 아니다. 커브도 70km∼110km대를 오가며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유희관은 “선수들끼리는 ‘직체’라고 한다. ‘직구체인지업’이라는 의미인데, 내가 스피드가 느리기 때문에 직구의 구속을 조절하면서 던지는 걸 연구하고 터득했다. 그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 오프스피드는 선천적 감각


양상문 감독도 오프스피드를 가장 잘 이용하는 투수로 주저 없이 유희관을 꼽았다. 양 감독은 “현재로는 유희관의 완급조절이 가장 좋은 것 같다. 130km대 공을 심지어 더 느리게 던지는 재주가 있지 않는가”라며 “오프스피드 피칭은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감각을 타고나야 가능하다. 공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또 어떤 손목회전으로 어떤 순간에 공을 놓느냐에 따라 스피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희관도 ‘오프스피드는 타고나야 한다’는 말에 동의했다. 그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같은 구종을 던지더라도 힘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래도 투구폼에서부터 살살 던지게 되면 타자가 미리 대비할 수 있으니까, 투구폼은 최대한 똑같이 하되 팔스윙에서 약간의 변화를 줘 던지고 있다. 또 공을 놓을 때 손가락에 힘을 더 주고, 덜 주고의 차이에서 구속이 달라진다. 타고난 스피드는 없지만, 다행히 손 감각을 타고나서 그 조절이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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