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우찬은 다른 선발투수들과 달리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더 좋은 공을 던진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초반에 흔들리는 부분을 잡아야 한다. 차우찬이 29일 대구 NC전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차우찬(28)에게는 신기한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선발투수들은 투구수가 많아지면 힘이 떨어지는데, 차우찬은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더 강해진다. 그런데 이 점이 바로 ‘선발투수 차우찬’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경기 초반을 무사히 넘기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오래 버틸 수 있지만, 그 반대가 되면 조기강판의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차우찬의 피안타율은 1구에서 30구까지는 0.226으로 좋은 편이었다가 31∼60구 지점에서 0.293으로 대폭 상승한다. 그러다 61∼90구 구간에서 다시 0.237로 낮아지고, 91구를 넘어가면 0.219로 그야말로 ‘언히터블’이 된다. 팀에선 차우찬이 본격적으로 안정을 찾는 지점을 70∼80구 사이로 파악하고 있다.
차우찬 스스로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도 ‘불펜에서 먼저 100개를 던지고 올라가라’고 농담하신다”고 웃으며 “이상하게 경기 초반 제구가 잘 잡히지 않고 내 패턴을 찾는 게 어렵다. 오히려 후반으로 갈수록 리듬이 좋아지고 흐름이 오는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김태한 투수코치의 생각도 같다. 김 코치는 “우리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경기 후반의 투구가 더 좋다. 초반에 자주 흔들리는 부분은 결국 멘탈 부분인 것 같은데, 그 점은 본인이 풀어가야 할 숙제”라며 “우찬이와 얘기를 많이 하면서 여러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실제로 경기 전 연습투구수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로테이션을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선발진에서 제 몫을 해나가고 있는 차우찬이다. 그는 “내게 주어진 과제 같다. 힘도 충분하고 제구도 어느 정도 잡히고 있는데,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모자라는 것 같아 꼭 보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코치 역시 “구위만큼은 용병투수들을 합해도 톱10 안에 들 것 같은 투수다. 기복이 심한 부분만 고치면 장점을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응원했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