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되찾은 상승 기류의 중국, 마지막 반전 꿈꾸는 일본

입력 2015-08-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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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남자축구대표팀.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장면1

한 중국 기자가 눈을 부릅뜨며 업무에 열중하던 일본 취재진을 향해 괜한 삿대질을 시작한다. 물론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 장면2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초조해하던 많은 중국 기자들이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썰물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이들의 얼굴은 우울함 그 자체다.

2015동아시안컵(1∼9일)이 한창 진행 중인 중국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실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국제 스포츠 대회가 열리면 중국 매체들은 가장 많은 인력을 파견해왔다. 자국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안컵 취재열기도 대단하다. “기자들도 인해전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이들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여자축구의 배신 탓이다. 한국에 0-1로 패한데 이어 북한에게도 2-3으로 지자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졌다. 남자축구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슈틸리케호’에게 0-2로 무릎을 꿇자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왁자지껄 떠들고 호탕하게 웃던 모습이 사라졌다. 대회 개막 직전까지 “달라진 중국 축구를 기대하라”고 자신한 이들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고 기대하지 않은 결과가 이어지자 금세 조용해졌다. 단단히 화가 난 표정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불참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그러다 하루 새 상황이 반전됐다. 남녀 통틀어 3연패를 당한 끝에 남자축구가 5일 북한에 첫 승을 신고하면서부터다. 다시 화색이 돌았고, 북한전 후 인터뷰는 고무줄처럼 늘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조차 부러운 이들이 있다. 일본 취재진이다. 중국 기자들처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대신, 보도를 통해 쌓인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처럼 남녀 3연패를 당했을 때 비난 여론은 굉장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남자 한일전조차 무기력한 경기 끝에 1-1로 비기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의 한 프리랜서 기자는 “일본에서도 동아시안컵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은데, 결과보다 지나친 무기력함이 쓰라림을 더하고 있다”며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했다. 공교롭게도 대회 마지막 일정이 중국과 일본의 대결이다. 되찾은 상승 기류를 이어가려는 중국과 마지막 반전을 꿈꾸는 일본의 충돌은 과연 어떤 결말을 가져올까.

우한(중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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