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윤성환 “15승 투수? 팀 우승이 지상과제”

입력 2015-08-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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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윤성환은 최근 5년간 가장 견고하고 꾸준한 활약을 해온 선발투수다. FA 계약 첫 해인 올 시즌에도 안정적 피칭으로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그는 “팀에 대한 책임감이 더 높아졌다. 올해 내가 꼭 5연패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 윤성환

고교 우물안 개구리에서 대학 에이스 성장
2011년 이후 최다 59승…삼성 4연패 견인
“우승 위해 FA계약…기대에 보답하고 싶다”

삼성 에이스 윤성환(34)은 지금 KBO리그에서 ‘제구력’으로 첫 손에 꼽히는 투수다. 또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승리(59승)를 따낸 선발투수다. 늘 위력적이고, 항상 꾸준한 삼성 선발진의 핵심. 그는 FA(프리에이전트) 4년 계약의 첫 해인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든든하게 1위팀 삼성의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21경기에 선발등판해 140.1이닝을 소화했고, 벌써 11승(6패)을 올렸다. 이제 4승만 더 보태면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을 돌파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진짜 목표는 ‘15승’이 아닌 ‘우승’이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빈말’이 아닌, 순도 100%의 진심이다. 그 이유가 이 인터뷰 안에 들어 있다.


-FA 계약하고 첫 시즌이었어요. 시작하는 마음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뭐랄까, 그전에 했던 야구랑은 좀 다르죠. 솔직히 계약했을 때 주위에서 돈(4년 총액 80억원) 많이 받았다고 이런저런 얘기 많이 하셨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 신경도 쓰이고, 부담감도 많이 느꼈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확실히 야구장 나오는 게 즐거웠어요. 야구가 선수들에게는 자기 직업이고, 매년 성적에 따라 평가를 받고, 못하면 욕도 많이 먹고 하니,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4년 계약을 하고 나니 확실히 압박감도 많이 없어지고, 팀에 대한 책임감도 더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부담감이 책임감으로 바뀐 거네요.

“그렇죠. 선수 입장에선 당장 내가 2군에 있는데 팀이 우승을 한다면 마냥 기쁘기만 할 수는 없잖아요. 나도 잘하고, 팀도 우승하는 게 가장 좋은 거죠. 저도 팀이 우승을 위해 저와 계약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


-FA 계약 후에 더 잘하고 있으니, 앞으로 예비 FA 투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있겠어요.

“아, 그러면 정말 좋죠. 그런데 요즘에는 FA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계약하고 나서 오히려 더 잘하려고 하는 선수들이 많잖아요. 피치 못할 부상으로 못 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돈을 많이 받았다고 운동을 소홀히 하는 선수는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인정받은 만큼 더 즐겁게 잘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윤성환은 이제 삼성은 물론 KBO리그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투수다. 많은 감독들과 코치들이 현역 최고의 오른손 선발투수로 윤성환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타자들 역시 윤성환과의 승부를 까다로워한다. 특히 각 구단의 외국인타자들이 그의 공에 맥을 못 춘다. 그런 윤성환에게도 야구가 잘 안 돼 그만두려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야구는 원래 어릴 때부터 잘 했나요?

“아뇨. 예전에는 정말 못 했어요. 진짜로.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야구부 친구가 유니폼을 입고 등교하는 게 멋있어 보여서 시작했는데, 야구 자체에는 뜻이 없었어요. 중학교 때까지 3학년인데도 주전 못 나가고, 고등학교도 야구 잘하는 다른 친구한테 묻어서 갔을 정도니까.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부모님들 사이에서도 아들들 야구 성적에 따라 서열이 생기나 보더라고요. 아버지가 야구부 학부형 총무를 하셔서 학교에 매일 오시는데, 아들은 시합을 못 뛰니까 너무 속이 상하신 거예요. 중3 때 ‘야구 그만 하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때 그런 얘기를 처음으로 듣고 ‘아, 야구 한번 잘해봐야겠다’ 싶은 목표의식이 생겼어요.”


-고교 시절부터 조금씩 두각을 나타낸 거군요.

“고등학교(부산상고·현 개성고)에 가서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그래도 사실 ‘우물 안 개구리’였어요. 우리 팀에선 에이스이고 4번타자였지만, 전국대회에선 빛도 못 봤어요. 그때 제 1년 후배가 지금 같은 팀에 있는 채태인이었는데, 태인이가 진짜 전국적으로 유명할 만큼 진짜 야구 잘했죠.”


-그래서 대학(동의대)을 갔군요.

“프로 지명을 못 받았으니까. 그래서 저 나름대로는 ‘그래, 최선을 다했다’ 하고 야구 그만두고 군대를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때도 아버지가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깝지 않느냐고, 대학 가서 한 번 더 해보지 않겠느냐고 말리셨어요. 그렇게 계속 야구를 하게 된 거예요.”

그때 야구를 그만두지 않은 게 윤성환과 삼성에는 천만다행이다. 윤성환은 대학 시절 4년 내내 에이스 역할을 했고, 2004년 삼성에 2차지명 1번으로 지명됐다. 이후에도 쭉 1군에서 제 몫을 했다. 처음에는 불펜을 지켰고, 2008년부터 선발로 전환했다. 삼성의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2011∼2014년)를 일군, 새로운 에이스의 태동이었다.


-‘예전에는 제구력 좋은 투수가 아니었다’고 말한 적이 있죠? 믿어지지 않는데.

“실제로 그랬어요. 정말 노력을 많이 했죠.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게 2011년 같아요. 그때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님이 ‘투수한테 스피드보다 더 중요한 게 제구력이니 자신감을 갖고 던져라’라며 정신적으로 힘을 많이 주셨어요. 처음에는 공이 지금보다 빨랐는데, 완급조절 없이는 5회 이상 못 던지겠더라고요. 점점 선발로 뛰면서 요령이 생기고 지금의 스타일이 된 거예요.”


-그래서인지 2011년 이후 통산 기록이 정말 좋아요. 승리, 방어율, 이닝, 퀄리티스타트, 볼넷 비율까지 모두 국내 최고네요.

“사실 전 정확한 지표는 몰랐어요. 그런데 FA 계약할 때 운영팀에서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최근 몇 년간 기록을 뽑아보면,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아도 정말 최고로 잘해줬다고요. 구단이 저를 알아줬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마웠어요.”


-올해는 역시 15승이 목표인가요?

“저의 한 시즌 최다승이 14승이니까, 당연히 그 이상 하면 좋죠. 그런데 솔직히 처음부터 ‘올해 내가 몇 승을 해야겠다’ 하는 목표는 없었어요. 기본적으로 10승 이상은 해야 한다는 기준점 정도가 있었죠. 저는 정말 올해 팀 우승의 발판이 되는 것, 우승하는 데 제가 한 몫을 하는 것, 그게 지상과제예요. 선수들이 다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겠지만, 우승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윤성환에게 삼성은 어떤 의미일까요?

“최고의 팀이죠. 우리 팀은 선수들이 야구만 할 수 있게 지원도 잘해주고, 선수들 내부에서 분위기도 좋아요. 그래서 더 성적이 좋은 것 같아요. 사실 2013년에 두산이랑 한국시리즈를 할 때, 제가 2번 나가서 2번 다 못 던졌거든요. 그때 우승을 해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힘을 보탠 게 없다는 생각 때문에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도 불편했어요. 제가 우승의 주역, 주인공이 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승리를 못 따도 팀이 우승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고요. 저는 제가 우리 팀의 일원인 게 정말 좋거든요.”


● 삼성 윤성환은?



▲생년월일=1981년 10월 8일

▲출신교=감천초∼대신중∼부산상고(현 개성고)∼동의대

▲키·몸무게=183cm·88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4년 삼성 2차지명 1번(전체 8순위)

▲2015년 연봉=8억원

▲2015년 성적=11승6패, 방어율 3.46(140.1이닝 54자책점), 117탈삼진, 20볼넷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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