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최진행 ‘사죄의 홈런’

입력 2015-08-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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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약물 복용으로 30경기 출장정지를 당했던 그가 복귀 첫 타석에서 속죄의 중월2점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금지약물 징계 50일만에 1군 복귀전
kt전 1회 타석서 관중에 인사 후 홈런

한화 최진행(30)은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 6번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뒤 1회초 2사 1루서 타석에 들어서기 전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박종철 주심과 kt 포수 장성우에게 눈빛으로 양해를 구하고는 헬멧을 벗었다. 그라운드를 향해 먼저 고개를 숙였고, 이어 3루와 1루 관중석을 향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최진행은 6월 25일 KBO 도핑테스트 발표 결과 금지약물 성분 검출로 3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로부터 47일만인 11일 1군 엔트리에 복귀하면서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이날 50일 만에 1군 경기에 선발출장했다.

한화 최진행이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 1회초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관중석의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죄하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최진행의 사죄에 팬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그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정직한 땀을 흘리겠다는 그의 약속을 믿는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한화팬들뿐 아니라 kt팬들도 마음을 합쳤다.

진지한 표정으로 타석에 선 최진행은 볼카운트 1B-1S서 kt 선발 주권의 몸쪽 슬라이더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의 2점홈런을 터트렸다. 세리머니는 아무것도 없었다. 묵묵히, 그리고 빠르게 그라운드를 돌았다. 팀이 4-0으로 앞서나는 득점을 올린 뒤 덕아웃 깊숙이 들어갔다. 한화 선수들은 주장 김태균을 시작으로 복귀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날린 최진행을 뜨겁게 반겼지만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KBO는 아직 약물로 주요 기록이 얼룩지지 않은 ‘청정 리그’다. 그래서 외국인선수도 아닌 국내선수, 그리고 1군 주축선수가 금지약물에 적발된 사실 자체가 큰 충격이었다. 그렇기에 최진행은 깊이 속죄하는 시간을 보냈고, 복귀전에선 대뜸 홈런을 치고도 조용히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진행이 그간 느낀 심적 부담은 상상이상이었던 듯하다. 2회초 1사 1·3루서도 2타점 적시타를 뽑은 그는 2회말 수비 후 두통을 호소해 3회초 타석 때 조인성으로 교체됐다. 곧장 동수원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으면서 링거를 맞고 안정을 취했다. 의료진은 극심한 긴장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수원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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