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시즌 전 우승 후보로 예상됐지만, 현재 5위 싸움에 매달리고 있다. 시즌 계획은 철저히 무너졌고, 김용희 감독의 ‘시스템야구’는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김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잘 나가던 초반 페이스 늦춰 위기 자초
투수 관리·포수 운용 실패 부른 시스템
김용희 감독 승부처 약점·‘팀 컬러’ 실종
SK에 대해선 소위 야구전문가들이 거의 다 틀렸다. 삼성을 견제할 강력한 우승 후보란 예상이 무색하게 KIA, 한화와 5위 자리를 놓고 목을 매고 있다. 시즌 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참담한 상황이다. 전문가 예측과 통계분석을 무용지물로 만든 SK의 실패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 시즌 플랜의 실패
전쟁의 패배는 용서해도 전략에 실패한 장수는 봐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SK 김용희 감독은 취임 후 “여름에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의 생리와 정반대인 노선에 SK 구단 안팎에선 상당한 우려와 반발이 일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를 강행했다. 사실 SK는 5월 20일까지 24승15패로 전체 1위였다. 이 시기 투타 밸런스와 대진운이 좋았는데, 김 감독은 오히려 페이스를 늦췄다. 가령 선발투수들을 100구 이하에서 교체했다. 다른 팀이 캠프에서 끝내놓은 일들을 SK는 5월까지 진행한 것이다. 그러다 5월 하순 타격 침체가 닥치자 대책 없이 무너졌다. 후반기가 들어 날씨가 더워지자 정작 ‘관리’를 받았던 마운드가 붕괴됐다. 다급해지자 시스템이고 뭐고 없어진 SK는 전반기에 타격코치, 후반기에 수석코치와 투수코치를 교체하는 등 코치진 전원의 보직을 바꾸는 희대의 인사를 단행했다.
● 모호한 시스템 야구
김용희 감독이 강조한 ‘시스템 야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저 투수의 투구수 관리를 중시한다는 개념으로 다가온다. ‘혹사를 방지한다’는 대의는 숭고했으나, 투수들은 결과적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여름 들어 등판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성적이 나빠지는 정우람이 대표적이다. 시즌 전 야심 차게 준비했던 정상호 주전포수 카드도 처참하게 실패해 이재원 의존이 커지고 있다. 박정권, 최정, 앤드류 브라운 등 주력타자들이 모두 기대에 못 미쳤는데, 문제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B가 전무하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쓰는 선수만 쓰는 용인술에 얽매여 있다. SK의 엔트리를 보면 도대체 왜 이 선수가 1군에 있는지, 필연성이 희미한 이름들이 곧잘 눈에 띈다.
● 도대체 무슨 야구를 하고 싶은 것인가?
김용희 감독은 좋은 팀을 물려주고 싶다는 소신을 지닌 지도자다. 문제는 지금 당장 성적이 없으면 후임 감독의 부담감은 더 커지고 SK 구성원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데 있다. ‘내가 신뢰를 베풀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잘해줄 것’이라는 김 감독의 선한 의도는 지옥문을 열고 있다. 감독이 승부처를 못 짚으며 팀에 유약한 이미지만 쌓이고 있다. 이 궁지를 어떻게 타개할지 김 감독은 명쾌히 말해주지 못한다. 김 감독이 소통을 시늉으로만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들린다. 이러다 SK의 2015시즌은 그 무엇도 남지 않는 시간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