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공’ 로저스를 향한 불편한 시선

입력 2015-09-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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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코치(왼쪽)가 1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KIA전에 앞서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면담을 했다. 로저스는 압도적 피칭뿐 아니라 경기 전 타자들을 제쳐두고 타격훈련을 하는 등 기행으로 팀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한화 마운드 영웅, 왜 미운오리가 됐나?


경기 전 베팅케이지서 타격훈련 돌출행동
안타 친 ML영상 자랑까지…팀 불만 속출
한경기에 1억 넘는 고액몸값까지 도마에


에스밀 로저스(30). 불과 며칠 전까지 한화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이름이다. 최근 2년간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였기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열망은 컸고, 로저스는 8월 6일 KBO리그 데뷔전을 치르자마자 2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3차례의 완투승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마산 NC전 선발등판 이후 돌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 전부터도 로저스를 향한 불편한 시선이 존재했다. 팬들에게는 최고의 에이스였지만, 팀 내부적으로 의문부호가 나오기 시작했다. 외부의 시각은 더 심각했다.


● 투수가 경기 앞두고 타격훈련?

로저스는 8월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IA전을 앞두고 타격훈련을 했다. 배팅케이지까지 들어갔다. 타자들에게 경기 전 타격훈련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로저스는 거리낌이 없었다. 자신이 미국에서 안타를 친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동료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 소식은 빠르게 전해졌다. A팀 베테랑 타자는 “어이가 없었다. 야구에선 서로 상대 포지션을 존중한다. 스프링캠프에선 투수들이 밸런스를 잡기 위해 스윙훈련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기 전에 그랬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양키스에서 그런 행동을 상상이나 했을까”라고 꼬집었다. 한화 내부에서도 로저스의 돌출행동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규율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의 팀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음에도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 1경기에 1억원 이상? 용병 몸값 인플레이션 주범

한화가 발표한 로저스의 연봉과 계약금은 70만달러(약 8억2300만원)다. 8월에 온 대체 외국인투수치고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에선 한화가 로저스에게 보장한 금액을 100만달러로 확신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20만달러의 옵션에 대한 소문도 들린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은 별개라고 한다. B팀 관계자는 “1경기에 1억원이 넘는다. 시즌 전체로 치면 300만달러 이상의 투수가 온 거다. 앞으로 용병 몸값 폭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여전한 엔트리 말소의 파장

한화는 ‘휴식 보장 차원’에서 로저스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를 믿는 야구인은 거의 없다. 팀 내 불화, 불성실, 무리한 요구 등 구구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한화의 그 누구도 명확한 해명은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엔트리 말소의 이유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올 시즌 한화에 흔한 ‘혹사’의 여파인지, 부상 때문인지 아리송하다.

로저스의 엔트리 제외 직후 나흘 넘게 언론과 인터뷰를 거절했던 김성근 감독은 1일 청주 KIA전을 앞두고는 “등판을 한번 걸렀을 뿐이다. 열흘을 쉬었으니 괜찮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이어 ‘8월 27일 NC전 강판 직후 덕아웃에서 글러브를 집어던지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한 것이 엔트리 말소 이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왜 로저스가 그런 행동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로저스가 그 같은 행동을 한 원인이 심판 판정이었음을 환기시켰을 뿐, 그로 인한 파장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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