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잃은 피가로, 삼성 시름 깊어졌다

입력 2015-10-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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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삼성 선발 피가로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삼성 알프레도 피가로(31)가 끝내 팀 선발 마운드의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다. 사라져버린 구속 5㎞ 탓이다.

피가로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15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이현호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일단 두 투수의 대결은 피가로의 판정승. 4.2이닝 동안 공 73개를 던지면서 7안타 1볼넷 1삼진 4실점(3자책점)을 기록했다. 2회도 못 채우고 1.2이닝 만에 강판된 이현호보다는 나은 성적이다.

다만 피가로는 여전히 구속에 대한 미스터리를 남겼다. 피가로의 올 시즌 직구 최고 구속은 156㎞. 평균 구속 역시 150㎞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 KS 1차전에서 최고 구속이 148㎞에 그쳤고, 4차전에서도 5회 강판 직전 마지막 타자였던 허경민에게 던진 3구째 볼이 149㎞를 기록한 게 전부였다. 1회를 130㎞ 후반대 직구로 시작했던 피가로가 결국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단 한 차례도 150㎞를 넘기지 못한 것이다.

피가로는 불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힘으로 압박하는 유형의 투수다. 투구 패턴도 직구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당연히 직구 구속이 떨어질수록 커브와 체인지업의 위력도 같이 감소된다. 1차전이 끝나고 삼성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 역시 바로 예전만 못한 피가로의 구속이었다.

그래도 삼성으로서는 피가로를 믿어야 하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시리즈 전적이 1승2패로 수세에 몰리자 1차전 등판 이후 단 사흘만 쉰 피가로를 4차전 마운드에 다시 올렸다. 그러나 150㎞대 강속구가 사라진 피가로는 그저 평범한 투수에 불과했다. 직구의 위력이 사라지니, 피가로의 장점 가운데 하나였던 이닝 소화능력도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이제 남은 경기에서 무조건 전승을 거둬야 하는 삼성. 7차전에서 다시 힘을 발휘해야 할 피가로의 구위 회복이 남은 한국시리즈의 큰 숙제로 남게 됐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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