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악 방랑자’ 하림이 들려주는 ‘해지는 아프리카’

입력 2015-11-04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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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았던 시절,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고 놀면 언니, 오빠들이 전단지를 나눠주며 “상가에서 인형극을 하니 보러 오라”며 “빨리 오면 미미인형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을 했다. ‘미미 인형’에 혹한 나는 아파트 상가 꼭대기에 가서 친구들과 인형극을 재미있게 보곤 했다. 결국 미미 인형은 받을 수 없었지만.

하림의 음악인형극 ‘해지는 아프리카’는 어렸을 적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최근 심각해진 ‘아프리카’의 속사정들을 훑어보게 한다. 이 작품은 음악가 하림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써 내려간 곡으로 이루어진 음악들과 극단 푸른 달이 합심해 만들었다.


이야기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며 엄마 사자와 아프리카 ‘세렝게티’를 떠나 동물원에 들어간 사자 ‘우구라 므토토’와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산재넘이’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제는 늙어버린 ‘우구라 므토토’는 자신의 우리에 들어온 ‘산재넘이’에게 자신이 살던 아프리카에 대해 알려준다. 그가 어렸을 적 보았던 은하수, 마사이족, 바오밥 나무, 미어캣 등을 소개한다.

하림, 양양, 조준호, 박일 등이 연주하는 음악은 인형극의 재미를 더한다. 핑거심벌, 버드휘슬, 래틀, 윈드차임, 음리바, 까혼 등 세계의 다양한 악기가 하림의 곡인 ‘해지는 아프리카’, ‘머니머니’,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당신은’, ‘응고롱고로’ 등을 연주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이 떠오르면서도 아프리카 향내가 물씬 풍기는 음악이 ‘우구라 므토토’와 ‘산재넘이’의 상상 속 아프리카 여행기에 생생함을 더한다. 중간중간 뮤지션들과 인형극의 대화는 ‘깨알’재미를 준다.


“우리는 박스로 만들어졌어요”라고 ‘산재넘이’가 말해주듯, 세 명의 배우가 분리된 박스로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 자유로이 움직이고 크고 작은 박스가 극의 원근감을 살려준다. 또한 인형극이지만 샌드아트, 그림자, 마임, OHP아트, 프로젝션 맵핑 현대 기술을 사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높였다.

어른들의 동화를 그렸듯, 진지한 주제도 담는다. 극 중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하기도 한다. 마사이족의 이야기부터 현재 난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야기도 나눈다.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그들을 외면하지 않길 바라는 하림과 극단 푸른달의 마음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극장 앞에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곳도 마련돼 있다.

관람등급은 7세이상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아이를 데려가고 싶은 어른들이 있다면 ‘아프리카’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1월 22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엔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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